기업은행 1700억어치 '완판'
투자 주저하던 개인도 '사자'
[ 이태호 기자 ] IBK기업은행이 지난 10일 발행한 신종 채권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가 나흘 만에 모두 판매됐다. 연 4%대의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 게 비결이다. 기업은행이 부실화하면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데도 12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직후 자산가들이 대거 몰렸다는 후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13일 “17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코코본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고 말했다. 이번 물량 중 삼성증권이 1300억원, 신한금융투자가 200억원, NH투자증권이 200억원어치를 각각 판매했다. 특히 절반 이상을 기관이 아닌 개인투자자들이 매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 측은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워낙 낮은 탓에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었다”고 말했다.
코코본드는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채권이다. 2013년 말 바젤Ⅲ 제도의 시행으로 은행 또는 금융지주회사가 발행하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은 반드시 ‘전환’ 혹은 ‘상각’ 조건으로 발행해야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 코코본드는 30년 만기 영구채로 상각형이다. 채무재조정 사유가 발생하면 원금이 모두 사라지는 구조다. 지금까지 5~10년 뒤 조기상환 조건을 붙여 총 4000억원어치 발행됐다. 이번에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한 물량은 10년 후 조기상환이 가능하며, 발행금리는 연 4.33%다.
전문가들은 기업은행 코코본드와 같이 안정성이 높은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태근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연구위원은 “채권을 고수익 상품으로 인식하고 단기물 위주로 매수하던 고객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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