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병원도 입학시즌

입력 2015-03-12 20:50
수정 2015-03-13 03:47
'가짜 의사' 취급받는 전공의
의료산업 미래, 처우 개선되길

방문석 <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msbang@snu.ac.kr >


지난 월요일 출근길 초등학교 앞이 신입생을 환영하는 플래카드와 환영연주로 모처럼 시끌벅적했다. 3월은 봄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입학 시즌이다. 귀여운 교복 차림의 새내기 초등학생들이 부모 손을 잡고 처음 등교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도 즐겁고, 부모들의 표정에도 학생이 되는 자녀들에 대한 뿌듯함이 넘쳐난다.

이맘때 신입생이 많기는 대학병원도 마찬가지다. 신입인턴, 전공의, 신입간호사 등 수백명이 학교 졸업 후 사회로 나와 처음 진료 현장에 발을 딛는 순간이다. 새 가운과 근무복을 입은 그들의 표정에서 열정과 긴장감이 넘쳐난다. 의과대학 교수에게는 진료에 실수가 생기진 않을까 1년 중 가장 긴장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레지던트라 불리는 전공의, 신규 간호사들이 대개 3월에 근무를 시작하다 보니, 열정은 넘치지만 일은 서툴 수밖에 없다. 응급실이나 병실에서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불만의 화살이 이들 새내기 의사에게 향하기 일쑤다. 갈등이 심할 때는 ‘당신 말고 진짜 의사 불러와!’라는 흥분한 목소리도 들린다. 법적으로 엄연히 의사지만 의사가 아닌 실습하는 학생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일반기업에서 이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신입사원이 현장에서 일하며 상급자에게 실무를 배우는 OJT(on the job training·직장 내 훈련)라는 제도가 있다. 젊은 의사들은 전문의가 되기 위해 전공의라는 명칭으로 4년 내내 OJT에 해당하는 수련과 근로를 병행하는 특이한 신분이 된다.

미국에서는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라 여겨 이들의 교육비, 급여를 병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지급한다. 이들의 주무부서는 교육성이며 미국 의학교육협회가 프로그램을 지휘 감독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계약직 의사인 근로자 신분보다는 피교육자로서의 수련이 더 우선시된다. 우리는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의 감독하에 대한병원협회가 이들 프로그램을 지휘 감독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의료수가의 저비용 구조도 이들에게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전공의의 근로조건, 처우, 수련환경, 파업 등과 관련해 특별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부터 차분히 짚어서, 3월에 새로 시작하는 새내기 의사들의 열정이 미래 대한민국 의료 발전으로 잘 이어지도록 전공의 수련 환경과 제도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방문석 <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msbang@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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