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선희 기자 ] 금리인하로 가계대출↑…"정부·금융당국과 협조하겠다"
"韓 경제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 지나쳐"
"내수의 회복이 생각보다 상당히 미약하다. 이에 성장세와 물가상승률 수준이 당초 전망에 못 미칠 것으로 보여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한국은행이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또 내렸다. 내수부진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국내 경기에 회복 모멘텀(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2.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1%대 시대에 진입하게 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인하했지만 추가 인하를 통해 경기 회복 동력을 살릴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은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도 하향 조정할 것임을 예고했다. 금리결 ?직후 배포한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고 경제주체 심리도 뚜렷이 회복되지 못했다"며 "당초 전망한 성장경로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힌 것.
이에 이주열 총재는 "추가로 입수되는 경제지표 데이터를 반영해 경제전망의 경로 변화를 점검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을 성장과 물가상황, 금융안정에 유의해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가 시간을 두고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금리인하는 2분기 이후에 소비와 투자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적인 요인과 세계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하 효과가 제약적이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1차적인 파급 경로는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예금·대출금리가 금리 조정 폭만큼 인하됐고 은행 대출이 상당 폭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금리인하는 금융기관의 예금·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가계부채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금리인하는 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감독당국, 정부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가계부채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저물가 기조가 지속되며 디플레이션(물가하락+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는 데 대해선 "경계감을 가질 필요는 있지만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의 디플레이션 진입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그러나 한국은행은 인식을 달리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디플레이션 상황 하에선 모든 품목에서 물가가 하락하고 경기 침체가 나타나야 하지만, 국내 경제상황이 이와 연결지을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대를 지속하고 있지만 근원인플레이션은 2%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의 물가하락은 상당부분 공급 충격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 또한 국내 경제 회복세가 미약하지만 3%대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경기침체 상황으로 보기엔 무리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경기회복 모멘텀을 상실할 경우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시장에선 '만장일치' 동결 기조를 이어갔던 한은 금통위가 3월 시그널(신호)을 주고 4월에 금리인하를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설문조사한 결과만 봐도, 전문가의 92.1%가 금리 동결을 점친 것으로 나타난 것.
이에대해 이 총재는 시그널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 당시 금리정책 질의에서 "금리조정 여부는 경제 상황변화에 달려있고 성장이나 물가가 전망경로를 이탈하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한 점을 꼽았다.
의사록 공개 시기가 늦어진 점도 이유로 들었다. 지난달 설 연휴가 겹치면서 의사록 공개시기가 금통위 직전에 공개되는 바람에 시그널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는 것. 그는 "향후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의사록 공개시기를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채선희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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