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산책
[ 배석준 기자 ]
변호사들의 이익 단체에 머물렀던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가 달라지고 있다. 사회 현안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여론을 움직이는 주도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총대를 메고 위헌 확인 헌법소원까지 냈다. 순수 재야 출신인 하창우 대한변협 협회장과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그 중심에 서 있다.
하 협회장은 지난달 23일 취임식에서 “법조계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단체가 내세우는 개혁은 전관예우 타파, 검사평가제, 사법시험 제도 유지 등 크게 세 가지다.
고위 법관이나 검찰 간부가 퇴직 후 재판이나 수사절차에 영향을 미치는 전관예우는 법조계 고질병이지만 근절이 쉽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원과 검찰에서 한솥밥을 먹던 처지였는데 법복을 벗었다고 어떻게 모른 척하느냐”는 ‘짬짜미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서다. 변호사단체는 재직 중 위법 행위를 저질러 퇴임한 판·검사의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기로 했다. 실제로 최근 ?浙?릿?길거리 음란 행위로 문제가 된 전 제주지검장의 변호사 등록을 반려했다.
대한변협은 또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연내에 검사평가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하 협회장은 서울변회 회장 시절 도입했던 법관평가제를 검찰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비대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 마련은 충분히 여론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 협회장과 김 회장은 현행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체제에도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을 존치해 로스쿨의 고비용 구조와 특혜 의혹 등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법조계 개혁을 변호사단체의 힘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단체의 주장이 100% 타당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새로 임기를 시작한 변호사 단체 수장들의 행보에 눈길이 가는 것은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몸부림 때문이 아닐까. 법원, 검찰, 변호사단체 등 법조계를 구성하는 세 바퀴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굴러갈 때 국민의 권리가 가장 잘 보장받을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배석준 법조팀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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