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경영진 노조 견제에 '사표'쓴 동양 관리인...채권자 눈물에 마음 돌이켜
법원-관리인 설득에 채권자 단체들도 일부 권리 포기하고 회사살리기 동참
동양레저는 채권자-회원간 대립 원만히 해결...법원도 OCR 등 새로운 시도
이 기사는 03월09일(10:2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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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부활’뒤엔 관리인과 법원, 직원, 채권자들의 남모를 희생이 있었다.
‘동양사태’가 나자 2013년 10월 중순 법원은 기존 관리인 유지제도(DIP)라는 관행을 버리고 제3자 공동관리인을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 각각 선임했다. ‘부실 경영 책임’을 회피하려는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을 견제하고 회사를 조기에 정상화시키기 위해 채권자들의 추천을 받아 관리인을 선임한 것이다. 전체 4만1000여명의 동양그룹 채권자 가운데 가장 많은 3만8000여명이 몰린 ㈜동양의 경우 정성수 전 현대자산운용 사장이 선임됐고 동양레저엔 최정호 전 하나대투증권 전무, 동양인터네셔널엔 조인철 전 SC은행 상무가 뽑혔다.
◆"망했다"비아냥에 이 악물고 눈물의 '구조조정'
취임 초기 구조 개혁을 위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려는 관리인과 기존 경영진과 임직원간 충돌은 불가피했다. ㈜동양의 경우 임원 30여명 가운데 18명을 자르고 500여명 직원중 200여명을 자진 퇴사시키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그러자 ㈜동양 노조는 법원에 정성수 관리인을 바꿔달라고 탄원서를 내며 저항했다. 동양내 가전사업부였던 동양매직측은 “정 대표(관리인)가 일부 자산을 친구에게 팔려고 했다”거나 “임직원에게 폭언을 퍼부었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해 관리인을 공격했다. 당장 관리인이 안바뀌면 동양매직 전 임직원이 350여명이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결국 기존 경영진과 노조의 반발에 못이긴 정 관리인은 선임된 지 2개월만에 사표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사표를 내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는 날 채권자들이 법원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정 관리인을 막아섰다. 채권자 추천으로 관리인이 된 정 대표에게 채권자들은 “한번 맡았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통했다. 정 관리인은 “‘남편 암수술 비용을 날리게 됐다’, ‘자녀 결혼자금이 없어졌다’는 등 안타까운 동양사태 피해자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내 앞에서 대성통곡하는 그들을 두고 차마 그만둘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골프장 운영회사인 동양레저의 경우 CP채권자와 1000여명에 달하는 골프장(파인밸리 파인크리크) 회원들간 극렬한 다툼으로 회사가 파산될 뻔했지만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동양레저는 당초 회계법인 조사결과 생존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최정호 동양레저 관리인과 이재희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는 대기업 법인 골프회원들과 개인CP채권자간 양보를 이끌어냈다. 동양레저는 동양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파산 가능성이 높았지만 작년 7월 회생계획상 갚아야할 빚을 가장 먼저 다 갚았다.
◆ 채권자 갈등 푼 법원과 관리인
㈜동양 회생 과정에서 채권자간 갈등도 심해 법원에 접수된 채권자들의 탄원서도 단일 기업회생사건으로 가장많은 4000여건이나 접수됐다. 동양채권자비상대책위원회와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 ㈜동양 채권자협의회 등 채권자단체 간에 회생에 대한 해법이 제각기 달랐던 것이다. ㈜동양은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채권자이면서 동시에 동양시멘트의 최대주주다. 한 채권자의 이익은 다른 채권자의 손해로 이어지게 되면서 채권자 단체간 미묘한 갈등도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과 관리인의 설득으로 동양레저 회생을 위해선 ㈜동양 채권자가 일부 양보했고, ㈜동양 회생을 위해선 동양인터내셔널 채권자가 일부 양보했다. 동양시멘트 역시 징벌적 감자를 해야했지만 ㈜동양 채권자를 위해 이를 포기했다.
법원은 관계인집회를 앞두고 채권자들을 일시에 수용할 장소가 없자 채권자들의 의결권 위임률을 69%로 사상 최대로 끌어올렸다. 광학식 문자판독기(OCR) 방식의 의결제도도 최초로 도입했다. 동양 고위관계자는 “채권자들의 양보로 은행에 담보로 잡힌 ㈜동양의 자산들을 되찾아왔고 이로인해 계약이행보증, 하자보증 등이 가능해짐에 따라 영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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