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올해 국제 경제의 최대 변수였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가 큰 고비를 넘겼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지난달 24일 그리스의 자체 개혁안을 수용한 것이다. 그리스는 당초 2월 말 종료될 예정이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4개월 더 연장하고, 오는 4월 말에는 72억유로(약 8조8670억원)의 분할 지원금을 받을 길이 열렸다. 이로써 긴축정책 폐기를 주장한 시리자(급진 좌파연합)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등장으로 그리스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는 한풀 꺾였다.
그러나 그렉시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치프라스 총리가 넘어야 할 산이 험난한 탓이다. 채권단은 그리스의 자체 개혁안을 받아들이면서도 “합의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선거 공약이었던 반(反)긴축 약속을 동시에 이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달부터 줄줄이 채권 만기가 예정돼 있어 그리스의 부채 상환 부담도 남아 있다. 해외 언론들은 그리스 위기를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는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으로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경제 상황 변화에 걸맞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금까지 그리스가 보여온 과도한 복지 지출을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은 재앙을 단지 4개월만 막을 뿐”이라며 “이번 합의는 그 누구의 승리도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그리스 사태가 단기간 봉합됐을 뿐 그리스 정치의 본질이 변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4개월간 연장하는 것만으로는 ‘돈 가뭄’에 빠진 그리스의 위기를 완전하게 진화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경제 방송 CNBC는 “그리스 정부가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에 연장된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 이후 그리스의 재정 확보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김은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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