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가치를 매긴다…'부동산 시장 나침반' 한국감정원

입력 2015-03-06 07:10
Cover Story - 한국감정원

부동산 시장관리·공식 통계기관으로
민간업체와 감정평가 수주경쟁 탈피
시장상황 분석·리츠 감독 업무 확대

'세계 최고 부동산 전문기관'목표
가격정보 앱 등 IT 기술 적극 활용
시장이 원하는 정보 실시간 제공


[ 김진수/김보형 기자 ] 부동산 조사·평가·통계 전문기관인 한국감정원은 ‘혁신 공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붙는다. 2013년 9월 전국 100여개 공기업 중 가장 먼저 지방 혁신도시(대구 신서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긴 것도 감정원이다. 지난해 서종대 원장 취임 이후엔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쇄신인사를 통해 종전 평가 및 지원 중심의 조직을 신사업 중심으로 탈바꿈시켰다. 여기에다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등 정보기술(IT)을 적극 도입, 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부동산 정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 1위, 녹색건축물 인증 도입 등 다양한 혁신 작업이 가속도를 내면서 ‘세계 최고 부동산 전문기관’이라는 비전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부동산 조사·통계 전문 공기업

감정원은 1969년 정부출자기관으로 설립됐다.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해 공정거래 기초를 확립함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게 설립 목적이었다. 초창기에는 은행에서 의뢰하는 담보물건 평가를 주로 맡았다. 이후 국·공유재산의 취득·매각을 위한 평가, 국가 등에서 시행하는 공익사업을 위한 보상평가, 자산재평가 등을 실시했다. 또 부동산 담보평가 등 감정평가, 토지와 주택의 공시가격 조사, 공익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보상수탁사업도 감정원의 주요 업무였다. 개발연대 때 국내 경제 발전을 도운 숨은 조력자였다는 지적이다.

감정원은 2010년 정부의 ‘감정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라 토지 주택 등 부동산 관련 각종 가격 공시와 조사·통계, 부동산 실거래 신고가격 검증, 아파트 정보관리, 녹색건축물 정보관리 등 각종 공적기능을 강화해 왔다. 또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와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시장 감독 등 부동산 감독 업무가 추가됐고 각종 통계조사와 분석을 맡는 연구기관의 성격도 짙어졌다. 그동안 민간 업체와 수주 경쟁을 펼쳤던 감정평가 위주의 ‘플레이어(선수)’에서 부동산 시장관리 및 공식 통계 기관이라는 ‘레프리(심판)’로 업역이 바뀌고 있다.

300억원 출연해 지역 강소기업 돕는다

감정원은 2013년 서울 ‘삼성동 시대’를 마감하고 32년 만에 대구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전국 최초의 공기업으로, 지방 이전의 신호탄을 쐈다.

대구 이전 이후 단시일 내 지역사회 핵심 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돕기 위해 300억원을 기업은행에 예탁, 대구지역에 있는 유망 중소기업을 지원하도록 했다. 여유자금을 중소기업을 위한 펀드에 출연, 시중 이자보다 2%가량 싸게 지원한 것이다.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경북 인재를 전체 신규 인력의 25% 이상 채용하는 등 지역 인재 우선 채용 제도를 운영 중이다. 각종 용역이나 물품 구매 때도 지역 업체를 우선 배려하고 있다. 대구 및 지방대학과 연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소비자 눈높이 맞춘 신사업 추진

감정원은 지난해 5월 대대적인 조직 개편 이후 업무 성격과 조직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과 발맞춰 기존의 정원 범위 내에서 인력을 재배치하고 소비자와 시장의 요구 내용을 반영한 신규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부동산 평가 영업 위주였던 지사를 줄이고 공적기능과 신사업 위주로 개편하는 한편 지원부서 위주였던 본사도 사업부서 중심으로 재편했다.

감정원은 또 지난해 아파트 관리 종합정보(K-Apt), 책임중개시스템 등 신사업 발굴과 정착을 위해 신사업개발처를 만들었다. 녹색건축물 인증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건물 녹색정보종합관리체계 등 녹색 건축 관련 5가지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녹색건축센터도 설치했다. 심사와 공시 업무를 심사공시본부로 일원화하고 부동산 통계조사와 연구 개발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부동산연구원에 통계분석연구부를 신설했다.

‘세계 최고 부동산 전문기관’을 향해

서종대 원장은 최근 직원들과의 소통 채널을 넓히기 위해 청년 이사회를 새로 설치했다. 실·처장?간부회의를 신설하고 업무분야별 태스크포스(TF)를 활성화하는 한편 직급별 교육체계도 새로 구축했다. 맞춤형 희망보직제(부서별 책임자를 내정한 뒤 희망보직을 공모해 보임을 결정하는 제도)를 통해 적재적소 인사를 추진하고 있다.

월요일마다 본사 실·처장과 부장 및 지역본부장이 참석하는 간부회의를 열어 현안에 대해 토론한 뒤 회의록을 사내게시판에 그대로 올려 모든 직원이 공유토록 하는 것도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다.

국토교통부와 학계에서 “보수적이던 감정원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것은 이 같은 변화의 결과물이다.

감정원은 IT를 적극적으로 도입, △대국민 서비스 강화 △정부의 부동산 관련 업무 지원 △내부 업무 개선 및 품질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홈페이지를 개편, 국민이 관심 있는 가격정보와 통계정보를 초기 화면에서 바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현장에서 조사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력할 수 있는 ‘모바일 현장조사 앱’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실거래가격과 매물 정보를 한눈에 찾을 수 있는 ‘부동산 가격 정보 앱’까지 내놨다. 이들 앱 이용자 수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감정원 측은 설명했다.

김진수/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