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시장 개혁…부동산 공정 거래 '심판' 역할 집중"

입력 2015-03-06 07:00
Cover Story - 한국감정원

인터뷰 /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공시지가 산정 비효율 개선
표준지 기본조사제도 도입
정부돈 120억 아끼고 정확도 높여

취임하자마자 90억 흑자
매주 간부회의 내용 공개 등 혁신
시장 눈높이 경영으로 일감 늘려


[ 김보형/김진수 기자 ]
서종대 한국감정원장(55)은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감정원이 최근 선보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부터 꺼냈다. 시세와 실거래가는 물론 내게 맞는 매매와 전세 물건부터 취득세 등 부과되는 세금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만능 앱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한 달 만에 1만5000여건이 다운로드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 원장은 “국민들이 감정원의 부동산 가격정보 앱을 통해 쉽고 편리하게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앞으로 감정원은 ‘국민 부동산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시지가 도입부터 분양가 상한제 등 굵직한 업무를 맡으며 공무원 시절 ‘해결사’로 불린 서 원장은 2011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한국감정원장을 맡아 가翁光?해결부터 감정평가 시장 개혁에 성공하며 해결사의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다.

서 원장은 부동산 정책 전문가답게 국내 부동산시장 회복도 족집게처럼 예측해 화제를 모았다. 서 원장은 주택금융공사 사장이던 2013년 10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반기 집값은 바닥을 찍었고, 지난 8월부터는 완연한 상승세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서 원장의 말처럼 집값과 거래는 2013년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띠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부동산 대세 하락론’을 주장하던 한 경제 전문가와 빗대어 ‘서종대 승리’라는 글들이 퍼지기도 했다. 공공기관 수장으로서 부동산 시장 예측이 위험한 측면도 없지 않았으나 ‘바른말은 소신껏 한다’는 그의 지론에 따른 것이었다.

▷서 원장 취임 이후 감정원 조직이 역동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많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자리에 개혁 성향의 직원들을 발탁해 감정원을 ‘세계 최고의 부동산 전문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 매주 간부회의 내용을 공개해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자 직원들의 자세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취임 첫해부터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하다.

“지난해 경영계획은 적자 30억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90억원의 흑자를 냈다. 비결은 고객 최우선 경영이다. 모든 업무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했더니 오히려 일감이 더 늘었다. 효율성이 낮았던 부동산 공시제도를 개선해 예산을 절감하고 그 중 일부를 통계 정확성 업무에 투입한 것도 수皐貂×?기여했다.”

▷부동산 공시제도 등 공적 업무를 강화하는 이유는.

“그동안 감정원은 공공기관이면서도 민간과 경쟁하는 부문의 수익이 35%에 달했다. 공공기관이 시장에서 민간과 경쟁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따라서 감정원은 민간과의 경쟁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질서유지와 부동산 공시 등 공적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기능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감정원은 부동산 과세를 위한 가치 산정과 부동산 시장관리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공적 업무 확대 과정에서 한국감정평가협회 등 민간과 적지 않은 마찰도 있었는데.

“민간 감정평가 법인들의 비리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2010년 ‘감정평가시장 선진화방안’을 통해 감정원이 ‘선수(플레이어) 기능’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심판과 시장관리 기능을 맡도록 했다. 최근 한남 더힐 감정평가 사태와 같은 비리사건이 다시 발생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 감정원은 내년부터 감정평가 시장의 심판역할과 시장관리 기능에 집중하고 부동산 공시제도를 개선해 정부예산 270억원을 절감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민간 업계와 논의 중이다.”

▷취임 이후 공시지가 표준지 기본조사 제도를 도입해 12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1989년에 도입된 공시지가제도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기초 자료가 없을 때 만들어진 고비용 제도다. 지금은 땅값이 안정되고 실거래가 등 가격 자료가 확보된 데다 땅값 상승도 크지 않다. 따라서 특별한 상승 嶽括?없는 지역은 기본조사로, 그렇지 않은 지역은 정밀조사로 하는 게 합리적이다. 올해 공시지가 표준지 50만필지 중 18만필지를 기본조사로 시행해 예산 120억원을 아낀 것은 물론 정확도도 오히려 높아졌다.”

▷복리후생비 축소 등 1단계 공공기관 정상화를 마무리했는데 올해 2단계 정상화 방안은 어떻게 준비 중인가.

“지난해 6월 방만 경영과제 개선을 조기 완료하고 7월부터 자체적인 기능조정과 효율화에 착수해 2단계 정상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감정원은 이미 추진 중인 내용이 법개정안까지 제출돼 2단계 개혁 성과를 가장 먼저 달성하는 공공기관이 될 것이다.”

▷개발사업 감소 등으로 감정평가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업계의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감정평가업계는 신시장 개척보다 신뢰 회복이 먼저다. 대형 부당평가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존 시장도 지킬 수 없다. 최근에는 충남 천안시의회가 야구장 부지의 보상평가액이 과도하다며 국토교통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감정평가업계는 자산재평가 업무영역을 놓고 벌어진 소송에서도 공인회계법인에 2심에서 패소했을 정도로 위기다.”

▷서 원장의 예측대로 2013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향후 전망은 어떤가.

“한국 주택시장은 수요가 탄탄한 만큼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과 다르다. 1979~1992년 출생한 ‘에코세대’의 맏형뻘인 1979년생들이 결혼과 함께 내 집 마련에 나섰고 막내인 1992년생들은 원룸을 계약하고 있는 등 앞으로도 신규 수요가 주택시장에 유입될 痼甄? 노후 대비 은퇴자와 늘어나는 국내 거주 외국인도 주요 수요 기반이다. 거시경제 돌발 변수가 없다면 향후 2~3년간은 활성화가 이어질 것이다.”

▷올해를 감정원 향후 100년을 준비하는 시스템 정착의 해로 삼았는데.

“크게 세 가지다. 부동산 과세기준가격 공시라는 공공기관의 본업을 한층 발전시키는 게 하나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고객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조직문화다. ‘일과 가정’, ‘일과 여가’가 조화를 이루는 즐거운 직장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인재에 대한 투자와 함께 부당한 업무지시가 없는 건강한 직장을 만들겠다.”

▷혁신도시 이전 1호 공기업으로서 지역(대구) 사회와의 협력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지역 유망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상생 펀드 300억원 출연에 이어 대구·경북 건설부동산 포럼을 만든다. 지역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와 교수 등이 참여해 부동산 시장 동향 등을 점검하고 중앙부처 공무원을 초청해 강연도 들으면서 협력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김보형/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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