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학교·어학·사진도 안 본다…스펙 기재란 없애는 기업들

입력 2015-03-05 21:35
수정 2015-03-06 03:47
SK, 수상·연수 경험란 축소…올 상반기 채용부터 적용
과도한 스펙쌓기 경쟁 차단…직무능력 우선평가로 전환
삼성·LG, 가족관계 기재 삭제…현대차는 부모 주소도 없애


[ 박영태 / 공태윤 기자 ]
입사지원서에 외국어점수 수상경력 등의 기입란을 없앤 탈(脫)스펙 전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LG그룹에 이어 SK그룹도 이번 상반기 대졸 공채부터 스펙을 보지 않기로 했다. 삼성그룹도 주민등록번호와 가족관계를 묻지 않는 열린채용을 실시하는 등 4대 그룹이 탈스펙 공채제도를 운영한다.

탈스펙 추세는 직무능력을 우선시하는 최근의 기업 채용 트렌드와 무관치 않다. 학벌 등 스펙보다는 역량을 가진 인재를 뽑기 위해서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과거에는 서류전형 통과도 힘들었던 지원자도 능력과 열정만으로 입사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SK, 끼 있는 인재 뽑는다

SK그룹은 이번 상반기 공채부터 파격적인 채용 실험에 나서기로 했다. 학력과 전공, 학점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스펙을 일절 보지 않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입사지원서에 △외국어 성적 △정보기술(IT) 활용능력 △해외 경험 △수상 경력 △업무 경험 △논문 내용 등을 기입하는 난을 없앴다.

다만 해외영업직이나 제약 연구분야 등 특정 직무에 한해서는 외국어 성적이나 자격증을 제시토록 했다. 채용 규모는 500여명이다. 오는 9일부터 20일까지 인터넷(skcareers.com)에서 입사지원서를 접수한다.

조현돈 SK그룹 인재육성위원회 기업문화팀 전무는 “구성원의 문제해결 역량 등 직무수행 능력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경영환경 변화 등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SK의 채용제도 혁신은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 창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보라는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번 상반기부터 탈스펙 전형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SK는 스펙을 완전히 배제하고 개인 역량만으로 뽑는 바이킹챌린지 채용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상반기에 바이킹챌린지를 통한 채용 인원을 전체의 20%로 지난해보다 2배 늘리기로 했다. 바이킹챌린지는 SK가 2013년부터 오디션 면접 등을 통해 개인 역량만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제도다.

○출신학교도 안 보는 탈스펙 확산

출신학교 외국어성적 등 스펙을 보지 않는 탈스펙 채용제도는 기업 인사제도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상반기 채용부터 입사지원서에 사진, 부모 주소, 외국어 구사능력, 석·박사 여부, 전과 및 편입 여부를 적는 곳을 없앴다. 이중국적 내역란도 삭제했다. 2014년 공ㅏ【??부전공과 해외거주 여부도 삭제했고 비상연락망까지 없앴다. 올 상반기 공채에서는 동아리, 봉사활동 내역란도 없애 지원자의 이름 등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인재를 뽑는다.

LG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사진, 수상경력, 어학연수, 인턴 경험, 봉사활동, 가족관계, 주소를 지원서 항목에서 없앴다. 지원자의 주민등록번호도 받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신장과 학력, 병역사항, 해외유학 경력에 대한 정보를 이력서에서 지웠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승무원 채용 시 사진란을 없앴다.

서류단계에서 지원자의 스펙은 놔두면서 면접에서 스펙을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 처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롯데는 면접과정에서 지원자의 학력란을 가려 면접관이 볼 수 없도록 했다. CJ도 지원서 단계에선 기본적으로 지원자의 정보를 기입하도록 하지만 면접 단계에선 지원자의 이름과 전공 등만 볼 수 있도록 했다. 삼성그룹은 입사지원 단계에서 최소 학점(4.5점 만점 기준으로 3.0점 이상)과 어학점수를 가진 지원자는 누구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은 이력서에 금융자격증과 외국어 성적 기입란을 없앴다. 어학 능통자가 필요한 경우는 별도 채용을 통해 뽑기로 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도 지난해부터 어학성적과 금융자격증 기입란을 삭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스펙보다는 직무능력과 역량 중심의 채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탈스펙 채용 바람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영태/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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