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고등어와 은퇴전략

입력 2015-03-04 07:00
‘인생 백년 사계절 설(說)’이라는 말이 시중에 돌더군요. 장수시대인 만큼 25세까지가 봄, 50세까지는 여름, 75세까지는 가을, 100세까지를 겨울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비유입니다.

이 이론으로 보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생의 단계가 설정됩니다. 40대는 은퇴를 앞둔 중년이 아니라 절정을 갈망하는 청년일 뿐입니다. 70세도 노인이라기보다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만추(晩秋) 무렵을 지나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예전 같으면 삶의 마무리를 고민해야 할 80세 노인 역시 이제 막 인생의 초겨울로 접어든 정도입니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에 걸맞은 인식이네요. 아시다시피 ‘호모 헌드레드’는 100세 삶이 보편화되고 있다며 유엔이 ‘2009년 세계 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정의한 개념입니다.

세계 어느 곳 못지않게 빠른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에서도 이런 생각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아저씨’ 정도의 느낌이 드는 60대 어르신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생활 패턴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나이에 대한 생각이 급변하듯 사람들의 인식은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고등어라는 말에서 많은 사람들은 식탁에 오른 자반을 연상합니다. 하지만 고등어란 이름이 붙기 전의 고등어는 저 넓은 바다를 유영하는 ‘푸른 자유’라 불렸을지도 모릅니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라는 노자 도덕경의 첫 구절은 이런 사고를 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제입니다. ‘도라고 말해지는 것은 더 이상 도가 아니다’라는 말이 이해될 듯도 합니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름을 불러준 뒤 내게로 와 꽃이 됐다고 한 시인의 상상력과도 닿아 있다는 생각입니다.

‘돈 없이 오래 사는’ 무전장수 시대의 도래는 은퇴라는 개념의 재인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 베터라이프는 ‘2015 한경 머니 로드쇼’에서 강연할 고수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전략을 재점검하고 진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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