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형사처벌로 직장까지 잃는 건 지나쳐…4년 걸린 간통죄 폐지 뿌듯"

입력 2015-03-03 21:39
수정 2015-03-04 03:53
간통죄 위헌 결정 이끌어 낸 이찬희 변호사

육군 간통사건 변호하다 직접 헌법소원 제기


[ 정소람 기자 ] “꼬박 4년이 걸렸네요. 법조계 역사에 길이 남을 뜻깊은 열매를 거둔 것 같아 기쁩니다.”

이찬희 법무법인 정률 파트너 변호사(사진)는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에 대해 “간통죄 폐지로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이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1년 간통죄로 기소된 의뢰인의 사건을 변호하다가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 변호사는 이번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오는 데 기여한 공신 중 한 명이다. 이 변호사의 뒤를 이어 비슷한 간통 사건을 맡은 다른 변호사들도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소원을 낸 계기에 대해 “간통죄 규정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뿐 아니라 직업 선택권까지 제한하는 과잉입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0년 국선 변호사로 일했던 그는 당시 고등군사법원에 올라온 육군 간통 사건에서 한 여성을 변호했다. 20대 여성과 간부급 중년 남성 간에 벌어진 간통 사건이었다. 둘은 불륜 사실이 알려지자 부대로 출근하지 않았다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 변호사가 변호한 여성은 간통 혐의와 함께 근무지 이탈 혐의가 적용돼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고 결국 군인 신분이 박탈됐다.

그동안 간통죄는 벌금형이 없어 혐의가 인정되면 최소 집행유예형을 받아왔다. 공무원 및 군인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면직이 되기 때문에 간통에서 유죄를 받으면 직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 변호사는 “윤리적으로야 당연히 문제가 있지만 법적으로 공무원이 민간인보다 더 높은 정조 의무를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만 처벌하게 한 규정이 과잉입법이라고 판단해 재판 단계에서부터 위헌성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헌재 측에도 성적 자기결정권의 중요성과 함께 이 같은 과잉처벌의 문제를 적극 주장했다. 이를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수십쪽에 달하는 서면을 헌재 측에 제출했다. 그는 “강하게 주장한 부분이 인용돼 헌재 결정문에도 담기는 등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변화된 사회상에 맞춘 의미있는 결정으로 이어져 변호사로서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간통죄의 경우 꼭 헌재에 가지 않더라도 법무부가 형법을 개정해서 해결할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며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법률에 대해서는 사회적 이견이 있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선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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