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소법' 공청회조차 안 여는 국회

입력 2015-03-03 20:40
수정 2015-03-04 04:28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 박종서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월12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관련 공청회를 2월 임시국회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일에도 공청회는 열리지 않았다. 회기 동안 금소법 공청회는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무위 법안소위를 기웃거렸던 금융위원회 공무원들은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왔다. 공청회를 언제 다시 하겠다는 기약조차 없었다. 발의된 지 2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금소법의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국회가 금소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는 쓴웃음까지 나온다.

금소법은 금융상품자문업 도입 등 여러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에게 과도한 소송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500만원 이하 소액사건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이 끝나기 전에는 금융회사가 소송을 하지 못하게 한다거나(조정 중 이탈금지제도),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가 재판을 하게 됐을 때 법원이 분쟁조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판결을 유보(소송중지제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먼저 헌법상 맛葯?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야당에서는 금소법안이 좀 더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론이 단번에 나오는 주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2년간 허송세월을 해야 할 만큼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금융위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이 금융소비자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일반인의 35%만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전문가그룹에서도 긍정적 답변은 53.4%에 그쳤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겠다’ ‘더 좋은 법안이 나와야 한다’며 여야가 옥신각신하는 동안 금융소비자의 권리 보호는 더디기만 하다.

국회는 말로만 금융소비자 보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일단 공청회 일정부터 잡은 다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4월 임시국회에서는 좀 더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길 기대한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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