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서울시장·금감원장 캠퍼스 입학식 찾은 까닭은…

입력 2015-03-03 14:22
수정 2015-03-03 19:04
'희망찬 미래' 덕담보다 '어려움 공감' 당부 대세



[ 김봉구 기자 ] 새 학기 대학 입학식 축사가 달라졌다. 스무살 희망찬 미래를 강조하는 청춘예찬형 덕담은 옛말. 젊은이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 분발을 당부하는 현실적 충고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2일 일제히 입학식을 연 주요 대학 캠퍼스엔 축사와 격려사를 맡은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로 동문 선배가 초청돼 신입생 후배에게 조언을 건네는 자리로 마련됐다. ‘비(非)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으로 처음 금융감독원 수장에 오른 진웅섭 원장은 건국대,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고려대, ‘청춘 멘토’ 김난도 교수(소비자학부)는 서울대 입학식을 각각 찾았다. 모두 자신의 모교다.

서울시립대 입학식에선 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축사 연사로 나섰다.

박 시장은 “요즘 ‘5포 세대’ ‘달관 세대’ 같은 신조어가 유행한다. 지금 젊은이들이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지 비춰주는 거울인 것 같다”며 “깊은 슬픔과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성공한 삶이란 사회적 잣대에 맞추기보다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꿈꾸며 살아갔으면 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꿈과 희망을 놓지 말라”고 격려했다.

건국대 입학식에 참석한 진 원장(79학번)은 신입생 대상 특강을 통해 “스펙보다 내면의 힘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면의 힘, 시간 관리, 좋은 관계 3가지를 강조한 그는 “비행기가 날기 위해선 추진력을 내는 엔진뿐 아니라 잘 설계된 날개와 몸체가 있어야 한다. 취업에 필요한 스펙이 엔진이라면 내면의 힘은 균형을 잡아주는 날개이자 몸체”라며 “날개와 몸체가 없다면 속도만 빠를 뿐, 좌충우돌하다 결국 추락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축하 인사보다는 막막한 현실에 대비한 후배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쓴 소리가 주를 이뤘다.

고려대 88학번인 송 부사장은 충실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로 ‘오늘의 중요성’을 꼽았다. 그는 “삶을 살아가는 건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도, 오늘 무엇인가 하면 내일 완성돼 앞으로 그 결과를 누리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오늘을 기억하길 바란다. 여러분은 현재진행형을 넘어 ‘미래진행형’으로 살아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난도 교수(82학번)는 서울대 신입생들을 향해 “당신은 승리자가 아닌 채무자”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공동체 의식을 지닌 ‘선(善)한 인재’로 자라야 한다는 책임감을 역설한 것. 그는 “좋은 날에 답답한 이야기를 꺼내 미안하다. 정말 힘든 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이 이 같은 교착 상태를 풀어낼 섟窩?인재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학 총장들도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계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쏟아냈다. 장기 불황과 심각한 취업난 등 젊은 세대가 맞닥뜨린 불안이 대학 입학식 풍경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대학에선 스스로 길을 모색하고 개척해야 한다. 지식과 스펙만 갖춘 지식기술자가 아닌 진정한 지식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여러분은 항해를 끝내고 짐을 푸는 선원이 아니라 거친 바다를 향해 또 다른 기나긴 항해를 떠나려고 짐을 꾸려야 하는 선원들”이라며 긴장감을 풀지 말라고 조언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도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 가능한 빨리 자신만의 비전을 설정하는 게 좋다. 대학 졸업 30년 후 50대 중반인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 과정에서 대학 4년을 어떻게 보낼지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송희영 건국대 총장 역시 “자신만의 능력을 갖고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스스로 갈고 닦는 데 최선을 다하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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