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셔 해서웨이 인수 50년
무배당·제한적 정보 공개…'잘 아는 기업'에만 투자
'연례 투자자 서한' 28일 공개…후계구도 드러날지 주목
[ 김순신 기자 ]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인구 43만명의 소도시인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쏠리고 있다.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이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28일(현지시간) 공개되기 때문이다.
올해로 버핏 회장이 벅셔를 경영한 지 50년. 작은 섬유회사에 불과하던 벅셔는 세계 최대 투자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버핏이 평균 주당 15달러에 인수한 벅셔 주가는 26일 현재 22만2855달러(약 2억4400만원)로 148만5600% 올랐다. 연평균 수익률은 21.2%.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는 연평균 9.8%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핏이 이번 편지에서 향후 50년의 비전과 후계 구도를 어떻게 밝힐지가 최대 관심이라고 전했다.
○투자 원칙으로 일군 성공 신화
벅셔의 시가총액은 3760억달러(약 413조원)로 미국 증시 상장 기업 중 애플, 엑슨모빌, 구글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벅셔가 거느린 자회사와 손자회사는 97개다. 하지만 구체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1987년 11월 상장 이후에도 벅셔는 제한된 정보만 공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1999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벅셔에 대한 투자분석보고서가 나왔다.
벅셔는 창립 이후 계속 ‘무배당 정책’을 고수해오고 있다. 이익을 장래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재투자해 주식 가치를 불려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버핏은 잘 아는 기업과 단순한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원칙도 지키고 있다. 주요 투자 기업들이 식료품(코카콜라)·은행(웰스파고)·보험(가이코) 등 생활밀착형 미국 기업인 이유다. 요즘엔 독일의 오토바이 의류와 액세서리 판매 기업을 인수하는 등 유럽 기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버핏 후계자에 주목하는 투자자들
버핏의 판단이 언제나 옳았던 것은 아니다. 벅셔도 인수 후 꽤 고전했다. 벅셔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공업도시 뉴베드퍼드에 있던 섬유회사였다. 미국 섬유 산업이 활황을 맞으리라 판단한 버핏은 1962년부터 벅셔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3년 후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미국을 덮친 경기침체와 밀려드는 값싼 신흥국 제품 때문에 미국 섬유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1985년 버핏은 고전을 면치 못하던 섬유 부문을 완전히 정리하고 벅셔를 투자 지주회사로 재편했다. 섬유회사일 땐 직원 수가 6000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25명만이 일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불분명한 후계 구도를 벅셔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는다. 후계자가 버핏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버핏은 陋?겸직하고 있는 회장·최고경영자(CEO)·최고투자책임자(CIO)직을 세 사람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말해왔다. 회장직은 장남인 하워드 버핏이 승계하길 원하고 있지만 나머지 두 자리는 후계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은 “사람들은 버핏을 모든 분야의 전문가로 여긴다”며 “투자자들이 후계자가 그를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벅셔의 주가는 폭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버핏이 후계자의 운신 폭을 넓혀주기 위해 벅셔의 분사를 언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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