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금호산업 인수전 '오락가락' 행보 속내는?

입력 2015-02-27 17:13
수정 2015-02-27 17:25
[ 이민하 기자 ] 신세계가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속내도 드러났다. 단독 법인으로 상장해 있는 광주신세계의 중요성도 급부각되고 있다.

27일 신세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25일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냈지만 최종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금호산업의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광주신세계가 입점해 있어 영업권 방어 차원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경쟁업체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 향후 본입찰 참여 등 금호산업 지분 매각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독 법인으로 상장해 있는 광주신세계는 금호터미널로부터 광주신세계백화점 건물과 부지를 20년간 보증금 5000억원에 임차했다. 금호산업은 금호터미널의 지분 100%, 금호사옥 지분 79.90%,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불과 만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최대 1조원짜리 투자 결정이 번복된 것. 앞서 시장에서는 이번 금호산업 지분 인수는 금액이 1조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세계가 이번 인수전에서 보인 행동 탓에 광주신세계의 중요성이 갑자기 부각됐다.

특히 정 부회장에게 광주신세계의 영업가치 훼손은 다른 점포와는 殆坪?다른 문제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정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가장 든든한 '자금줄'이다.

광주신세계는 지난 2002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52.08%(83만333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신세계가 10.42%(16만6670주)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있을 후계구도 과정에서 정 부회장에게는 꼭 지켜야 하는 자산인 셈이다.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의 지분을 증여받고 세금을 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광주신세계의 지분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

실제로 신세계는 롯데쇼핑과의 경쟁과정에서 영업점에서 쫓겨났던 아픈 경험이 있다. 2013년 신세계는 인천시가 신세계 영업부지를 롯데에 팔면서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쫓겨났다. 신세계 인천점의 건물 임차 기간은 2017년, 신축의 부지 임차 계약기간은 2031년까지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입장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단순히 사업적인 측면을 고려한 것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롯데가 금호터미널에 영향을 끼칠 경우, 광주신세계는 심각한 이익훼손을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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