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 신임 벤처기업협회장 인터뷰 "과도한 스톡옵션 세금…우수인재 유치 발목"

입력 2015-02-26 21:31
정부가 불쏘시개 계속 못 줘…'자력갱생' 벤처 생태계 만들 것
사회 '인센티브 시스템' 갖춰야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산업…벤처가 개척해야 경제 튼튼


[ 김정은 기자 ] “정부가 불쏘시개를 계속 넣어줄 순 없습니다. 벤처기업 생태계가 스스로 잘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정준 신임 벤처기업협회 회장(51)은 “정부가 투자를 늘리고 지원책을 쏟아내 벤처기업이 ‘반짝’ 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정준 쏠리드 대표를 제11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1963년생인 정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히타치 중앙연구소와 KT 연구개발본부를 거쳐 1998년 쏠리테크(현 쏠리드)를 창업했다. 통신장비회사인 쏠리드는 지난해 약 17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벤처기업 육성책 손볼 곳 많아”

정 회장은 벤처기업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폐지된 벤처기업 육성 정책이 최근 다시 부활하고,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이후 스톡옵션과 관련된 규제와 코스닥 상장 규정을 강화했던 정부가 최근 들어 창업 및 투자 관련 규제들을 다시 없애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스톡옵션은 벤처기업이 우수한 인력을 데려오기 위해 필요한 ‘당근’인데 스톡옵션을 행사해 이익을 얻었을 때 내는 세금이 지금처럼 과도하고 세제혜택 한도도 낮으면 그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서도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 협력 제도는 성과가 빨리 나온다는 장점이 있지만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런 인위적인 모델은 전체 벤처기업 생태계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제2 벤처붐 아니다”

정 회장은 최근 벤처기업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창업기업 숫자가 늘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분야에 있는 우수한 인력이 앞다퉈 벤처기업에 뛰어드는 정도는 아니다”며 “혁신을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 창업이 여기저기서 생길 수 있도록 사회·경제 전반에 인센티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회장은 국내 벤처기업들이 당면한 과제로 ‘글로벌화’를 꼽았다. 일부 벤처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 문턱’을 못 넘고 국내에서 힘들어하는 기업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그는 “벤처기업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서비스와 지원책 등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크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M&A에 대한 시선 바뀌어야”

창업과 벤처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기업을 하다 보면 인수합병(M&A)을 하거나 회사를 팔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이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야말로 벤처 경제의 다른 말”이라며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산업과 시장을 중소 벤처기업들이 개척해야 한국 경제가 균형 있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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