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금융부 기자 lizi@hankyung.com
[ 이지훈 기자 ]
“이 싸움이 언제까지 갈까요. 뭐든지 좋으니 이제 그만 결론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만난 신용카드회사의 한 관계자가 현대자동차와 카드사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카드복합할부 논쟁’을 두고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갈등은 지난해 3월 금융당국의 복합할부 폐지 방침에 카드·캐피털 업계가 반발하면서 시작돼 1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복합할부 상품에 대해 “현대차 수익을 빼앗아 카드회사 배를 불리는 꼼수 상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카드사는 “소비자가 이익을 보는 상품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며 현대차를 비난하고 있다.
양측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양보와 타협은 실종됐다. 현대차는 개별 카드사에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1.3%로 낮추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 해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도 “1.5% 이하로 받는 것은 법 위반이기 때문에 결코 물러설 수 없다”며 결사적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1월 비씨카드가 복합할부 취급 중단을 결정한 것도 타협안이 도출되지 않아서다.
이런 가운데 牡슈?가맹점 계약 종료를 앞두고 삼성카드와 현대차 간의 협상이 지난 23일 시작됐다. 삼성카드는 복합할부 취급 비중이 카드업계에서 가장 높은 회사다. 협상 결과에 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산업계를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차그룹 간 자존심 싸움의 성격도 있다. 이번에도 벼랑 끝 싸움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삼성과 현대차의 충돌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중재에 나서야 할 여신금융협회도 ‘고부 갈등 바라보는 남편 심정’이라며 침묵 모드다.
이들은 한결같이 소비자보호와 이익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는 건 소비자를 볼모로 하는 행동일 뿐이다. 금융당국의 방관자적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당국은 양자 간 협상이 혹시나 자신들이 만든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흔드는 뇌관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승자 없는 치킨게임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과 대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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