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車·조선 등 한국 주력산업 아직 경쟁력 있다"

입력 2015-02-23 07:03
Money Plus
고수에게 듣는다 - 로널드 맨 HSBC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

경상흑자 확대·日 돈풀기 여파
한은, 연내 기준금리 0.5%P 인하
이자 갚느라 소비지출 줄어
부동산 상승세 오래 못 갈 것
한국 실질임금 2년간 급락세
減稅로 소비여력 확충 바람직


[ 박종서 기자 ]
로널드 맨 HSBC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사진)는 현재 2.0%인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작년보다 0.2%포인트 하락한 3.1%로 예상된다”며 “한국은행은 이르면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올해 한 차례 더 낮춰서 연내에 1.5%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전망의 근거로는 경상수지 흑자와 일본 경제의 영향을 꼽았다. 맨 이코노미스트는 “연내에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가 떨어지면 한국처럼 석유 수입량이 많은 나라는 경상수지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상수지가 늘어난 상황에서 투자가 일어나지 않으면 원화절상 압력이 높아지고 무역에서 손해를 보기 마련이기 때문에 금리를 낮춰서 塚微?활발히 일어나도록 유도할 필요성이 강하게 생긴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낮추면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의 인하대응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두 번째 금리인하 시기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하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맨 이코노미스트는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한국의 주력산업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자와 자동차는 물론 조선과 해양 등 한국의 핵심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애플조차 한국의 반도체업계에 의존하고 있는 정도”라며 “고가나 중가시장에서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이 공세를 펴고 있지만 한국과의 격차가 아직 크다”며 “중국 위협론이 거센 조선이나 해양 분야에서도 4~5년간은 경쟁에서 크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이나 원자재 시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유럽이 돈을 풀겠다며 나섰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다가오고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여서 큰 폭의 가격 반등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중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무역보다 내수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에 관심을 둘 것을 주문했다. 한국에서 불고 있는 ‘핀테크(금융+기술)’ 바람에 대해서는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며 “금융 경쟁력 제고와 경제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맨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의 오름세에 대해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국 부동산 시장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 부양책 영향이 크다”며 “(경제 기초체력에 기반해) 점진적인 상승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자를 갚느라 소비지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지금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는 소비여력 확보에 주안점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여력 증가 해법으로는 감세를 꼽았다. “한국의 실질 임금은 지난 2년간 큰 폭으로 떨어져 경제활동인구 3분의 1이 실질 구매력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며 “실질 임금 하락세가 높은 분야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세금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자에 대한 세금 부담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