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 임박한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
핵주권 다툼이란 오해 불식시키고
산업으로서 원자력 이용 목표해야
한·미 원자력협정이 곧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도에 협정 개정이 예정됐으나 협정 내용 중 협상이 더 필요한 것이 있다는 판단에서 2년간 연기된 것이다.
1973년 한·미 원자력협정이 체결될 당시 상황은 고리 원전 1호기가 건설 중이었고 단 1기의 원전도 가동되지 않은 상태여서 미국의 일방적인 협정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원자력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23기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이고 아랍에미리트(UAE)에 4기의 원자로를 수출한 나라가 됐다. 한국의 원자력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평화적 이용의 확대는 물론 수출에도 걸림돌이 되는 협정 내용을 개선한다는 것에 그 목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한국은 원자력협정 개정 서명 전에 무엇을 챙겨야 하는가.
첫째, 사용 후 핵연료의 재활용 문제다. 한국은 전력 발전에 쓰고 남은 사용 후 핵연료봉이 이르면 2016년부터 원자로 내의 보관시설 용량을 넘어서게 된다. 그래서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도록 미국과의 협의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의 핵심은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뽑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혼합물로 추출해 오로지 핵연료로 재활용하겠다는 기술의 연구다. 이마저도 미국은 언젠가는 혼합물을 분리해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등 협상과정의 난제 중 하나였다. 그래서 미국과의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고 지금은 어느 정도 미국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파이로 프로세싱이란 기술의 목표는 사용 후 핵연료의 부피를 줄여 최종 처분하는 양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최종 처분하는 양이 크면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연료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일본처럼 원자력 연료는 준국산이나 다름없는 에너지 자원이다.
둘째, 원자로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의 안정적 확보다. 저농축 우라늄은 한국이 자체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료 공급의 안정성에 분명한 보장을 받아내야 한다. 저농축 우라늄의 안정적 공급 여부는 국내 사용은 물론 원전 수출을 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개정에서 확실히 해결해야 원자력산업이 융성할 수 있다.
셋째, 원자력 협정 기간을 축소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정기간이 30년이기 때문에 급변하는 한국의 원자력산업 환경에 탄력 있게 적용하려면 30년이 아니라 15년에서 20년으로 바꿔야 한다. 미·일 원자력 협정 기간은 30년인데 한국은 한국의 사정에 맞게 기간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이나 한국은 원자력협정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堅뮌?90일 동안 반대의사가 없으면 자동 통과되는데 한국도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국회의원들에 대한 한·미 원자력협정 내용에 대한 사전적 설명이 적극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원자력산업의 주권을 획득하는 것이지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확보하는 핵주권의 다툼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원자력은 북한처럼 핵무기를 개발하는 의도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제제재는 물론 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이름으로 통제를 가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핵무기 확산을 막는 미국의 목표와 상충하는 핵주권의 확보로 오해된다면 원자력산업 주권을 획득하는 목표도 순조로울 수 없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산업 주권을 획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김경민 <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kmkim0828@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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