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송금(후리코미) 사기 피해자의 고뇌
일본에서 지난해 ‘후리코미(송금)’ 사기 등 특수 사기의 피해액은 559억 엔( 약 5590억 원)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홀로 사는 고령자 독거 노인이 늘어나면서 사기 피해액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동안 후리코미 사기를 일으킨 범죄집단과 범행수법 등이 뉴스였으나 최근엔 피해자들이 사기을 당한 후 겪고 있는 인간적 고뇌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사기 사건을 계기로 가족 관계가 악화하면서 자살로 이어지기도 하는 등 2차 피해와 충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여성은 피해 사실을 자식들에게 밝힌 후 오히려 심한 질책을 당해 자식과의 사이가 악화됐다. 이 할머니는 고립감이 더 깊어져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다.
또 다른 여성은 피해 사실을 창피하다고 느껴 사건을 숨겼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상담조차 못해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려 외출이 어려워지고 소화가 안돼 건강도 크게 나빠졌다. 이들 피해자들이 후리코미 사기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 지자체들은 사기 피해자들이 우울증이나 자살 등을 겪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도권 지바현 카시 枯첼【?피해자들이 어려움을 털어놓거나 상담할 수 있는 자리(기회)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지역 노인회 등에 협력을 요청해 지원 방법도 찾고 있다.
매년 1만 명 이상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 후리코미 사기 피해. 피해자들 대부분이 노인들이란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사기로 노후 생계비를 잃은데다 우울증 등 2차 정신적 상처까지 입은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의 현황 파악과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이 인구 구성원의 20% 이상)에 진입한 일본에선 단신 고령자 가구 증가로 예기치 못한 새로운 사회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 못지 않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특히 빈곤 노년층이 많은 한국. 우리나라에서도 독거 노인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더 가져야 할 때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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