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 1병영] "철책 경계 이상무"…가족들과 설 인사는 SNS 동영상으로

입력 2015-02-17 21:01
수정 2015-02-18 03:57
확 바뀐 병영문화…강원도 최전방 GOP를 가다


[ 김대훈 기자 ]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5일 육군 21사단. 강원 양구군에서 민간인 통제선을 넘어 1시간 이상 굽잇길을 지난 끝에 백두대대 예하 ‘슬구네미 중대’ 일반전초(GOP)에 도착했다. 슬구네미란 산과 계곡이 뒤엉켜 있는 모습을 뜻하는 순우리말. 철책선 근무를 서는 병사들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의 칼바람에 맞서 경계임무에 여념이 없었다.

박재규·해규 일병(21) 형제는 작년 10월 동반 입대한 뒤 슬구네미 GOP에 11월 말 전입했다. 매일 경계근무를 위해 1200여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최저 영하 25도(체감온도 30도 이하)의 혹한을 견디고 있다. 형제는 이날 경계근무를 마치고 GOP 내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네이버 밴드에 접속해 반가운 얼굴과 마주했다. 어머니 백인연 씨(53)와 형 박민규 상병(23)이 설을 앞두고 중대 밴드에 안부를 전하는 동영상을 올린 것.

부산이 고향인 이들은 4형제 중 셋째와 막내다. 4형제 모두 군 복무 중이다. 큰형인 박 상병은 아프리카 남수단 한빛부대 4진으로 파병돼 땀흘리고 있다. 세쌍둥이 중 첫째인 박진규 병장은 해군 1군사교육단에서 근무 중이다.

이번 설날에는 4형제 중 누구도 휴가를 나가지 못한다. 어머니 백씨는 형제에게 “설에 아들들이 없어 허전하겠지만 국가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임무에 당당하게 임하라”고 당부했다. 박 상병도 남수단 현지에서 부대의 도움을 받아 메시지를 올렸다. “동생들아. 건강하고, 열심히 근무해라.”

반가운 어머니의 얼굴과 평소 무뚝뚝한 형의 인사를 본 형제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박해규 일병은 “SNS로 가족을 보니 절로 힘이 생긴다”며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을 챙겼으면 좋겠고, 형(재규 씨)과 함께 군 생활을 잘 해나가겠다”고 대답했다.

육군은 작년 9월 병영문화 개선 활동의 일환으로 중대별 SNS 계정을 만들고 GOP 근무자에 대한 가족 현지 면회를 허용했다. 가족들은 SNS로 병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면회를 다녀와선 사진과 함께 후기를 올린다. 부대에서도 각종 공지사항과 휴가 일정 등을 가족에게 알린다. 슬구네미 중대에선 한 달에 한 번 있는 소초의 날 행사 사진을 꼬박꼬박 전하고 있다.

백승빈 중대장(학군 48기)은 “SNS를 가족과 병사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설에도 합동 차례를 지내고 최전방을 철통 같은 경계작전으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양구=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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