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임종룡 내정] 겸손·성실로 '비주류의 벽' 돌파…민간서 더 박수받은 모피아

입력 2015-02-17 20:39
수정 2015-02-18 04:15
금융수장으로 관가 복귀한 임종룡

청와대 근무 때 '부친 위독' 전갈에도 회의 계속
내홍 겪던 농협금융 맡아 4대 지주 반열에


[ 김일규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이른바 ‘빽’이 없다. 전남 보성 출신인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24회)에 합격해 재무부에 발령받은 그에게 상사들은 ‘무슨 과(科)를 나왔느냐’고 물었다. 다른 사무관들처럼 당연히 서울대 출신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임 후보자는 당시의 경험이 낮은 자세로 업무에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학연이나 지연은 허망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자세’라는 생각도 이때부터 했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 붙은 별명이 ‘똑부’였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가는 곳마다 “실력은 물론 성실함과 겸손함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들으며 승승장구한 비결이 됐다.

○맡은 일에는 독하게 집중

영동고와 연세대를 나온 임 후보자는 경기고와 서울대 출신이 판을 치던 재무부에서 당연히 ‘마이너리티’였다. 하지만 핵심 부서인 금융정책국에서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을 지냈다. 그가 2002년 금융정책과장으로 ‘잘 나가던’ 시절 전윤철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이 그에게 경제정책 업무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금융 부문에서 성과를 쌓아온 만큼 경제 부문으로의 선회는 선뜻 내키지 않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때의 경험은 관료 생활에 날개를 달아줬다. 경제와 금융, 두 부문의 주무과장을 거친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차관을 거쳐 국무총리실장까지 지냈다.

임 후보자의 공무원 시절에서 축구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옛 재무부 축구대회에서 그가 속한 부서 선수들의 제1목표가 ‘임종룡에게 패스하는 것’이었을 정도로 그는 축구를 잘했다고 한다. 타고난 자질도 있었지만, 선한 눈매와 달리 맡은 일에 독하게 집중하는 그의 성격도 요인이 됐다.

2009년 11월 청와대 근무 시절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았지만 하던 일을 마무리하느라 임종을 못한 일화도 있다. 국가적 행사였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진행 중인 중요한 회의를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나랏일은 사명감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취임 10개월 만에 우투증권 인수

임 후보자는 2013년 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때도 금융위원장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임명장을 받지 못했다. 대신 행정고시 동기인 신제윤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이 금융위원장에 올랐다. ‘지난 정부에서 장관(국무총리실장)을 지낸 탓’이라는 말들이 나돌았다.

임 후보자는 2013년 6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아무리 유능한 관료 출신이라도 민간 금융회사 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 특수성이 남다른 농협에서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상당했다. 같은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마피아)’ 출신이었던 신동규 전 농협금융 회장이 농협중앙회와의 갈등을 이유로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난 터라 우려는 더 컸다.

하지만 아니었다. 임 후보자의 겸손함과 성실함은 외부인에게 배타적인 농협에서도 통했다. 취임 후 불과 2개월 만에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전에 참여해 2013년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까지 받았다. 농협금융 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M&A)을 불과 10개월도 안돼 마무리한 것이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농협중앙회 이사 30명이 임 후보자가 직접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진정성을 읽고 기립박수로 전폭 지원한 결과다.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인수로 4대 금융지주 반열에 올랐다.

임 후보자는 30여년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민간으로 옮긴 뒤 탁월한 실적을 보이며 ‘모피아’라는 이름을 새롭게 각인시킨 주인공으로 꼽힌다. 그 같은 사람이라면 모피아라도 얼마든지 민간으로 영입할 수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공직 경험에다 민간 경험까지 쌓은 ‘똑부’ 임 후보자가 국내 금융산업에 또 어떤 족적을 남길지 볼 만하게 됐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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