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마약 하면 성인보다 뇌 손상 심각

입력 2015-02-16 11:45
류인균 이화여대 교수팀 세계 최초로 규명


[ 김봉구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마약성 각성제를 사용하면 성인보다 청소년의 뇌가 더 많은 손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청소년 뇌가 성인보다 약물 복용에 취약하다는 가설을 실제로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화여대는 뇌융합과학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류인균 석좌교수(사진)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6일 밝혔다.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 온라인판에 우선 발표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류 교수팀은 마약성 각성제 메스암페타민(일명 히로뽕) 사용 유무에 따른 뇌 손상 정도를 청소년과 성인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메스암페타민 사용 경험이 있는 20세 미만 청소년 51명과 성인 54명, 사용한 적 없는 청소년과 성인 각 60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비교했다.

청소년과 성인 모두 메스암페타민을 정기적으로 사용한 그룹(중독 그룹)의 뇌 손상이 일어났다. 메스암페타민을 사용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기억력과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과 측두엽의 대뇌피질이 얇았다. 통상 대뇌 피질은 두꺼울수록 기능이 좋다.

특히 뻤女?중독 그룹은 성인 중독 그룹에 비해서도 전전두엽 두정엽 쐐기앞소엽 등의 대뇌피질 두께가 얇았다. 대뇌피질뿐 아니라 대뇌백질 손상도 더 심각했다. 청소년 뇌의 마약성 각성제 등 약물에 대한 취약성이 성인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류 교수는 “청소년 시기에 약물에 노출되면 성인이 돼 노출되는 것보다도 더욱 심각한 뇌 손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성인에 비해 약물 중독으로 인한 행동장애 부작용이 더 흔하게 나타나는 만큼 청소년 약물 중독 예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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