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쌍두마차' 삼성-LG, 적전 분열하나…갈등 '최고조'

입력 2015-02-15 14:56
수정 2015-02-15 14:58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업계 '쌍두마차' 삼성과 LG가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애플 등 외부의 적들이 아닌 내부에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싸움을 벌이면서 국민들의 근심거리로 비화되고 있다.

◆ 'OLED 기술유출' 놓고 또 상호 가시돋친 설전

검찰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유출 의혹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과 협렵업체 사장 등을 재판에 넘기자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서로를 비난하며 장외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LG디스플레이였다. LG디스플레이는 15일 배포한 입장자료에서 "검찰의 수사 결과 밝혀진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에 의한 불법적이고 조직적인 대형 OLED 기술탈취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삼성은 기술유출 수사 의뢰, 기술 불법 취득, 특허 소송 등 사업 외적인 수단을 통한 경쟁사 흠집내기에 힘을 쏟는 행태를 중지하고 선의의 경쟁에 나서 줄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이어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본연의 사업을 통해 정정당당한 경쟁에 나서달라"고 덧붙였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13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사장 윤모(50)씨와 함?윤씨로부터 영업비밀을 넘겨받은 노모(47)씨 등 삼성디스플레이 임작원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윤씨는 2010년 3~4차례에 걸쳐 자신의 회사를 방문한 노씨 등에게 LG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OLED 관련 기술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곧바로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 대해 음해나 모함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입장자료에서 "검찰의 기소는 기업 간의 통상적인 비즈니스에 대해 다소 지나친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과 함께 기소된 설비업체는 자사 제품의 판매 확대를 위해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테스트를 진행한 것일 뿐 기술 유출은 없었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해당 기술은 업계에서는 익히 알려진 기술로 이를 부정하게 취득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히려 LG디스플레이 임원이 최근 기술유출 혐의에 대해 벌금형을 받은 사실을 상기시키며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적반하장식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세탁기 파손' 결국 법정으로…檢, LG전자 임원 3명 기소

지난해 독일에서 발생한 '세탁기 파손사건'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다툼이 결국 법정으로 넘어갔다.

LG전자는 경쟁업체 제품에 대한 테스트 차원이었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LG전자 임원들이 삼성 세탁기를 일부러 망가뜨렸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이주형 부장검사)는 조성진(59)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사장)과 세탁기연구소장 조한기(50) 상무, 홍보담당 전모(55) 전무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사장과 조 상무는 지난해 9월3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가전매장 2곳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3대의 도어 연결부(힌지)를 부순 혐의(재물손괴)를 받고 있다.

검찰은 매장 CCTV와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공수해 제출한 세탁기 실물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자툰 슈티글리츠에서 1대, 자툰 유로파센터에서 2대를 손괴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확보한 CCTV에는 조 사장 등이 무릎을 굽혀가며 열려 있는 세탁기 도어를 양손으로 내리누르는 장면이 찍혔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세탁기 파손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봤다.

검찰은 사건 발생 이후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LG전자가 낸 해명성 보도자료에 허위사실이 담겼다고 보고 조 사장과 전 전무에게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LG전자가 삼성전자 임직원들을 증거위조·은닉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충격을 가했고 독일 매장에서 넘겨받은 문제의 세탁기 제출을 미뤘다"며 삼성전자를 맞고소했다.

두 회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개막 직전 발생한 이번 사건을 두고 5개월여 동안 신경전을 벌여왔다.

검찰이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LG전자는 수사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비우호적인 환율과 중국 蓚宕湧?맹추격 등 글로벌 경쟁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 국내 전자업계 대표기업들이 서로 내부에서 싸우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비극"이라며 "그 어느때보다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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