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선주협 "더 이상 못참아"…서부항만 29곳 나흘간 문 닫아

입력 2015-02-13 20:56
수정 2015-02-14 03:54
시급 10만원 귀족노조 태업에 '초강수'

넉달째 작업 고의 지연…주말 업무 늘려
장기화 땐 한국 등 아시아 수출기업 타격 클듯


[ 강현우 / 워싱턴=장진모 기자 ] 아시아와 미국을 해상으로 연결하는 관문인 로스앤젤레스(LA)항·롱비치항 등 미 서부 29개 항만의 컨테이너 선적과 하역 작업이 13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중단된다. 노조의 태업이 지속되자 사용자 측인 태평양선주협회(PMA)가 한시적으로 ‘직장 폐쇄’를 결정한 것이다. 항만 폐쇄가 길어질 경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미국 간 교역에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서부해안항만노조(ILWU)와 PMA의 고용 재계약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빚어졌다. PMA는 현재 시간당 35.68달러인 노조원 임금을 2019년까지 40.68달러로 14%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연간 약 3% 올리는 것이다. 초과근무 수당 등을 포함하면 ILWU 조합원 2만명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50달러를 웃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서부항만노조는 평균 연봉이 14만7000달러에 달하는 ‘귀족 노조’로 알려져 있다.

ILWU가 PMA의 임금 인상안을 거부하자 협상은 결렬됐다. 이에 ILWU는 지난해 11월부터 29개 항만에서 태업을 벌였다. 노조원들은 평일 작업시간을 줄이고 초과 및 특근수당이 붙는 야간 또는 주말 출근을 늘렸다. PMA는 고의적으로 작업을 늦추고 있는 노조에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며 항만 폐쇄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USA투데이는 항만노조의 주말 초과근무 수당이 시간당 최고 100달러에 이르며 PMA가 이를 더 이상 지급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항만 폐쇄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과거 서부항만 노조 파업 사태는 1971년과 2002년 두 차례 있었다. 2002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일째 파업이 지속되자 더 이상 노사 자율협상에 맡길 수 없다며 ‘태프트-하틀리법(Taft-Hartley Act)’을 발동해 항만을 강제로 정상화시켰다. 1947년 제정된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가의 안전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을 경우 80일간 강제적으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미국 서부 항만은 미 전체 무역 컨테이너 물동량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소매협회(NRF)에 따르면 항만이 폐쇄될 경우 하루 손실액은 1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의회에서 기자회견 등을 열고 “이번 사태가 지속되면 기업들의 수출입은 물론 미국 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며 노사 양측에 신속하게 협상을 타결할 것을 촉구했다. 일부 하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이번 사태는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업체보다 미국의 수禿胎섟?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도 아시아에서 화물을 싣고 들어오는 배들은 항구 밖에서 10일 이상 기다려야 하역할 수 있다. 박윤환 무역협회 물류협력실장은 “한국 업체들은 배에 실으면 소유권이 미국 수입업체로 넘어가기 때문에 수출에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항만 폐쇄가 장기화하면 미국의 수입이 줄고 수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강현우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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