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칩 전쟁'에 몸값 치솟은 감자

입력 2015-02-12 21:54
수정 2015-02-13 03:55
'달콤짭짤'한 감자 농가

농심, 감자 추가구매 계약…해태도 "국산 수매 늘릴 것"

올 감자값 작년보다 62%↑…지난 3년 폭락 시름 덜어


[ 박준동 기자 ]
국내 감자 농가는 최근 3년간 큰 시름을 앓았다. 매년 감자 농사가 잘 돼 출하량은 늘었지만 가격이 폭락해 벌이가 흉년만도 못한 ‘풍년의 역설’에 시달렸다.

그러나 올 들어선 감자 농민들이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제과업체의 ‘허니칩’ 전쟁이 있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촉발한 ‘달콤한 감자칩’ 경쟁에 농심 등이 가세하면서 감자값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농심은 최근 전국 20여곳 감자 생산 농가 및 조합과 감자 추가 구매 계약을 맺었다. 농심은 그동안 한 해 2만t 안팎의 수미감자를 국내 농가로부터 사들였지만, 올해는 2만6000t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더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수미감자는 국산 감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감자 품종이다.

실제로 수미감자 가격은 지난해 말 2만~2만1000원 수준에 머물다가 올초 2만3000원대로 올라선 뒤 12일엔 2만8600원으로 뛰었다. 작년 3월 둘째주에 비해 1만1000원(62.5%) 올랐다. 감자 농민들이 재배량을 줄인 데다 농심과 같은 제과업체들의 추가 구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이 감자를 추가로 사들인 것은 수미칩 허니머스타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나온 이 제품은 출시 두 달 만에 700만개가 팔려 1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통상 한 달에 20억원어치만 팔려도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박’을 친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아산공장의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으나 각 유통업체가 원하는 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니칩의 원조인 허니버터칩을 만드는 해태제과도 같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생산량 전량이 판매됐다. 지금도 대부분의 편의점에선 제품을 갖다 놓기 무섭게 팔려 여전히 ‘허니버터칩 없음’이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 달 매출은 75억원 수준으로 농심과 치열한 매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새롭게 내놓은 유사제품 ‘자가비 허니 마일드’도 한 달 동안 35억원어치가 팔리는 등 허니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해태제과는 현재 허니버터칩의 원재료로 미국산을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 농가가 출하를 시작하는 5~6월께는 국산 감자도 수매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농가가 감자를 내놓는 5~6월부터 10~11월까지는 국내산 감자를 쓰고 그 외 기간엔 외국산 감자를 쓴다”며 “지금과 같은 열풍이 이어진다면 국산 감자 구매량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해태제과의 모기업인 크라운제과, 롯데제과, 오리온 등 제과업체와 CU, 홈플러스 등 유통업체들도 허니칩 형태의 감자칩을 잇따라 내놔 감자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산 감자값이 뛰면 각 가정이나 음식점, 학교, 병원 등에선 감자 구매비용을 더 많이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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