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콜레스테롤 논란

입력 2015-02-12 20:45
수정 2015-02-13 05:42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어릴 때부터 자주 들었다. “계란은 하루 한 개 이상 먹지 말라.” “새우를 먹을 때는 반드시 껍질과 꼬리를 함께 먹어야 한다.”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라는 충고였다. 미국 사람들도 마찬가지여서 정부가 식생활지침이란 걸 만들어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제한했다.

그런데 새로운 보고가 나왔다.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콜레스테롤 함유 식품이 사실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도 콜레스테롤 섭취량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건강한 성인은 계란이나 새우·바닷가재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먹어도 혈관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오르거나 심장질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탈지(脫脂)하지 않은 우유, 버터 등 포화지방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미국은 1961년 미국심장협회의 지침에 따라 콜레스테롤을 경고 대상으로 분류해왔다. 1980년부터 5년 주기로 펴내는 ‘식생활지침’에서도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하루 300㎎ 이하로 권장했다. 이는 계란 한 개에 들어있는 것보다 적은 양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콜레스테롤은 54년 만에 성인?주범이라는 누명을 벗게 됐다. 미국 전역의 초·중·고교 급식은 물론이고 식품업계 등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다만 당뇨병 등 특정 질환이 있는 환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식품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과자·튀김·가공육류·케이크·마가린 등 트랜스지방이나 포화지방산이 든 음식을 많이 먹으면 심질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호르몬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 그러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쌓여 심장질환 위험을 높이지만,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이 막히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계란이 고지혈증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새우의 타우린과 불포화지방산이 동맥경화를 예방해준다는 주장도 있다. LDL을 너무 낮추면 인지 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니 아직은 어느 게 맞는지 완전히 알 수 없다. 이번에도 일부 학자들은 경고 철회를 환영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경고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어느 쪽 말을 믿어야 할지 헷갈린다. 음식 놓고 이렇다 저렇다 겁주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와서 더욱 그렇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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