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대적 M&A에 맞설 방패도 있어야 한다

입력 2015-02-12 20:43
수정 2015-02-13 05:39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경영권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엔씨소프트는 오랫동안 우호관계였던 최대주주 넥슨이 경영 개입을 선언하면서 김택진, 김정주 두 IT 거인의 감정 섞인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동제약은 2대주주인 녹십자가 이사진 선임에 관한 주주제안서를 보내면서 1년 만에 경영권 다툼이 재연됐다. 신일산업은 개인투자자가 기존 경영진을 웃도는 지분을 확보하고 법원의 경영진 직무집행정지까지 받아냈다고 한다.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15%에 못 미쳐 언제든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 상장사가 작년 3분기 기준으로 120곳이나 된다는 한경 보도다. 올 주총에서 표 대결까지 벌어지는 곳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경기침체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2, 3대 주주나 소액주주 연합 등이 경영진 교체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지분율이 낮으면서 시가총액이 수백억원대인 기업들은 적대적 M&A의 위협에도 노출돼 있는 상태다.

애써 기업을 일군 기존 경영진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공격하는 측을 부도덕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은 도덕에 호소할 문제가 아니다. 견실하게 경영해왔다면 설사 주총 표 대결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또 경영에 문제가 있었다면 새로운 경영진이 선임되는 것이 회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경영권 분쟁이 2, 3대 逞簾?기업사냥꾼들이 벌이는 ‘작전’일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주가를 끌어올린 뒤 보유지분을 팔고 도망가는 소위 ‘먹튀’ 행태가 벌어진다면 기업가치도 훼손되고 소액주주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게 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 기존 대주주나 경영진이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한국 증시는 대주주 독단을 막는다는 허울 아래 선진국의 별의별 제도를 다 들여왔다. ‘대주주 3% 룰’ 등 소액주주 보호나 지배구조 개선 등의 명분에 치중하다 보니 막상 차등의결제, 포이즌필 등 대주주가 경영권 분쟁에서 쓸 수 있는 방어수단은 전혀 없는 상태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창업자들이 나중에 경영권을 뺏길까 두려워 투자를 받지 않거나 소규모 투자만 받게 되고 결국 초기 자본 마련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창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대적 M&A를 포함한 경영권 분쟁은 자본주의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역동성이 자본시장을 키워가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의 규칙은 공정해야 한다. 적대적 세력이 기업을 뺏으려고 공격하는데, 기존 대주주나 경영진에게 아무런 방어장치가 없다면 머니게임에만 노출될 뿐, 경영의 안정성은 기약하지 못한다. 창이 있으면 방패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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