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악마의 시'로 사형선고 받은 작가의 생존기

입력 2015-02-12 20:42
수정 2015-02-13 04:49
조지프 앤턴

살만 루슈디 지음 /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824쪽 / 3만3000원


[ 박상익 기자 ] 1988년 9월 영국에서 한 장편 소설이 출간됐다. 인도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영국 해협 상공에서 폭발한 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두 명의 인도인이 주인공이다. 그해 최대의 문제작 악마의 시다. 소설은 이민자가 다른 세계에서 겪는 문화 충돌과 역할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 호평받았지만 이슬람권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이슬람교와 비슷한 종교’가 자신들을 모독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와 ‘코란’을 욕보였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는 종교 칙령인 ‘파트와’를 내렸다. 악마의 시 작가와 이 책을 출판한 자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작가 살만 루슈디(사진)는 이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었다. 작가에게 100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렸고 전 세계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아랍 전역에선 이 소설을 금지 도서로 지정했다. 책을 낸 출판사로 협박 전화와 편지가 쉴 새 없이 날아왔고 책을 진열한 서점에선 폭탄이 터졌다. 책을 옮긴 번역가들은 피습을 당해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생겼다. 결국 영국 정부는 루슈디에 대한 철통 경호에 들어갔다. 그는 더 이상 보통 사람으로 살 수 없었다.

조지프 앤턴은 루슈디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 13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제목은 루슈디가 신분을 숨기고 살 때 지은 가명이다. 평소 존경하던 작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의 이름을 합쳤다.

그는 작품을 발표할 때는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었지만 여기저기 은신처를 옮기며 살 때는 본명을 쓸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사람이 방문하면 주방 뒤나 화장실에 숨어 있어야 하는 비참한 생활이었다. 하지만 루슈디는 힘겨운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유명 작가들을 비롯한 세계 문화계 인사들도 그를 위해 연대했다.

이 일로 외교 관계를 끊었던 영국과 이란이 1998년 화해하면서 루슈디에 대한 공식적인 위협은 사라졌다. 그는 지난 1월 일어난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에 대해 “피해자들이 인종차별주의자로 비난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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