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KKR의 한토신 ‘우회 인수’ 3대 쟁점

입력 2015-02-12 15:32
KKR측 '법적 요건 갖췄다'
금융감독원 '실질 주인이 누구인 지 봐야'
규제 완화에 꽂힌 금융위 이달 25일서 '승인'낼 듯


이 기사는 02월10일(04: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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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한국토지신탁 대주주 승인 심사 ‘D-데이’를 이달 25일로 잡았다. 앞서 4일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에선 정식 안건으로 올리지 않은 채 ‘보고용’으로 올려 밤 늦도록 ‘법리에 대한 해석’을 중점적으로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우회 인수 논란에다 한토신 1대 주주인 MK전자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금융위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형식(법률 요건)’과 ‘실질(실제 주인이 누구냐)’ 중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결론이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KKR의 승리?
금융위 관계자들을 비롯해 증선위에 참여한 3명의 비상임 위원(조성욱 서울대 경영학과 부교수, 정석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김성용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도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보안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인 기류는 대주주 심사를 요청한 보고파이오니아펀드(KKR이 주요 펀드 출자자)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위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증선위 회의에 참석한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모든 결정은 3명의 비상임 위원들에 달렸다”면서도 “법적으로 문제 없으면 승인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지 않나”고 말했다. 그는 “KKR 등 외국계 PEF를 먹튀라고 부르는데 그들이 언제 안 그런 적 있었냐”며 “국내 PEF를 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국의 PEF가 역량을 키워야 할 일이지 그 이유로 KKR을 욕할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의 인식이 ‘실질’보다는 ‘형식’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 내에서도 이견이 만만치 않아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독 기관인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와 달리 대주주 승인 심사가 법적 요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파장 등 다른 요소들을 감안해야 한다며 ‘실질’을 봐야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가지 쟁점
오는 25일 증선위 정식 안건으로 올라올 때까지 증선위 위원들이 검토해야 할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KKR의 역할이 첫번째다. 보고파이오니아 펀드측은 KKR의 출자 지분이 50% 이하인 데다 공동 GP인 보고펀드가 주요 의사 결정에 대해 ‘비토권’을 갖는 등 LP 지위를 갖고 있는 KKR의 한토신 경영 참여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고 설명한다.

당초 KKR은 파이오니아펀드 자금 중 약 90%를 출자했으나 KKR이 실질적인 주인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자 출자 지분을 50% 이하로 줄였다. 나머지 50%는 보고펀드가 모집한 개인 및 법인들이 출자했다. 보고파이오니아펀드 관계자는 “KKR이 경영 참여 의지가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소명했는데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라도 그럴 수 있다는 가정만으로 대주주 승인을 불허한다면 자본 시장 규제 완화라는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질’을 중시하는 쪽에선 해석이 다르다. 지난해 8월 펀드 등록을 하기 전까지만해도 KKR은 한토신 인수자로서 행보를 해왔다는 것이다. 한토신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으며 지분 31.4%를 보유한 아이스텀은 작년 3월 KKR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5월7일 KKR은 파월이라는 외국계 법인 명의로 한토신 지분 3.59%를 주당 1800원에 인수했다.

당시 KKR은 부동산개발업체인 이스타코로부터 163억원에 한토신 지분을 인수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스타코는 소셜미디어99의 자회사가 들고 있는 한토신 지분을 주당 1790원에 산 뒤 하루 만에 곧바로 파월에 매각했다는 점이다. 여기서도 이스타코는 ‘대리인’ 역할만 담당했고, KKR은 정체를 감추려 했다는 얘기다. KKR이 실질 인수 주체라는 ‘풍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한토신 주가는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8월에 KKR은 한토신과 관련해 다시 한번 등장한다. 하지만 아이스텀은 정작 8월에 펀드 등록을 할 땐 KKR은 파이오니아 펀드에 출자한 단순 투자자이고, 펀드의 실질 운용사는 프런티어인베스트먼트라고 금융감독?등에 신고했다. 증선위 위원들은 등록 이전의 KKR과 등록 이후의 KKR 중 어떤 것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승인과 불승인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MK전자도 2012년 사모펀드를 통해 한토신 지분을 인수한 뒤 MK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시장에 일부 지분을 매입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맞았다.

◆규제 완화 VS 편법 용인
대주주 승인 심사의 대상을 어디까지로 할 것이냐도 논란 거리다. KKR이 경영 참여를 하지 않는 단순 출자자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보고파이오니아펀드에서 심사를 받아야 하는 곳은 공동 GP인 보고펀드, 프런티어인베스트먼트, 한화인베스트먼트 등 3곳 뿐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한토신과 같은 금융회사는 펀드 출자 지분이 30%를 넘으면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LP에 대해서만 대주주 승인 심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펀드가 KKR의 경영 참여를 원천봉쇄했고, KKR 등도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뜻이 없음을 소명했음에도 KKR의 자격 요건을 따진다면 ‘과잉 규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출자자가 누구인 지를 밝힐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KR은 보고펀드가 참여하기 전, 파이오니아펀드의 LP로 출자하면서 3개의 법인으로 나눠 각각 29.9%씩 돈을 대는 구조를 만들었다. 금융 당국이 ‘LP 심사를 하지 않아도 되게끔’ 요건을 맞춰 온 것이었는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실질적으론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형식 요건만 맞춰온 것”이라는 역공을 받았다. ‘편의’를 제공하려 했다가 ‘도둑이 ?발 저린다’는 비판을 받은 셈이다.

일각에선 GP 심사도 더 엄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프런티어인베스트만해도 최대 주주가 아시아퍼시픽캐피탈(APC)이라는 헤지펀드 운용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프런티어는 올 초 신설된 회사고, 실질적으로 이번 거래를 주도하는 곳은 APC”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증선위 위원들이 고려해야 할 요소는 사회적 파장이다. 일각에선 KKR이 직접 인수하지 않고, 사모펀드의 출자자로 투자하는 형태가 용인된다면 KKR과 같은 외국계 PEF들이 취득이 제한된 업종이나 기업 경영권을 사는데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한토신 대주주 승인 심사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주주 승인 심사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지 자격 요건을 따지는 것일 뿐이지 다른 해석은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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