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선희 기자 ]
주식 시장이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면서 여의도 증권가를 둘러싼 공기도 답답하기만 하다. 증권가의 '꽃'이라 불리는 애널리스트(기업 분석가)와 펀드 매니저들의 한숨도 커져만 간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의도를 떠나는 증권맨도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
이런 때에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뒤로 하고 여의도로 입성한 증권맨이 있어 화제다. 부사장에서 평사원이 된 이코노미스트에서 서래마을을 주름잡던 셰프 출신 애널까지, 여의도에 새 숨을 불어놓고 있는 이들을 [한경닷컴]이 만나봤다. <편집자 주>
"돈이나 사회적 지위 등의 관점에선 아쉽지 않은 삶이 보장됐지만 늘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대학생활 중 틈틈이 했던 주식을 '업(業)'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고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걸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위치한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는 오직 '주식이 좋다'는 이유로 대기업 제약회사 연구원을 그만두고 과감히 애널리스트에 도전한 이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양준엽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31·사진). 그는 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물론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젊고 패기있는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 "주식시장, 합리성이 큰 매력"
양 연구원은 지난해 6월 하이투자증권에 입사한 새내기 애널리스트다. 그는 서울대 약학대학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후 LG생명과학 연구소에 입사해 4년간 연구원 생활을 했다.
그는 제약회사 연구원 생활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달랐다. 돈의 흐름을 바로 읽을 수 있고 관심을 가진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끌렸기 때문이다.
또한 이공계의 사고를 갖춘 그에게 주식시장의 합리적인 면은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주식을 하다보면 결국 자기가 관심 있고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하게 됩니다.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고 관련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제약·바이오 부문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다. 일정 수준의 전문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분석이 어렵기 때문에 업계에선 관련 전공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철저한 준비 덕에 그는 경쟁력을 인정 받아 RA(리서치 보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애널리스트 세계에 입성할 수 있었다.
◆中 덕보는 미용성형, 여전히 주목…"대형제약사 살아날 것"
양 연구원은 업종 내에서 미용성형 부문을 가장 주목하고 있으며 당분간 전망도 밝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형 시장에 대한 학계 논문을 살펴보면 한국 의사들이 학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며 "새로운 성형 기법 등에 대해 많이 올라오는 데 대부분 국내 의사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헬스케어 산업은 전세계에서 2% 밖에 안되는 매우 작은 산업이지만 미용성형 부문의 기술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했으며 관련 업체들의 경쟁력도 승산이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추천 종목으로는 한스바이오메드를 꼽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공 유방보형물을 만들 수 있는 업체인데다 회사 실적이 받쳐주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도 높아 주목하고 있다는 것.
다만 그는 국내 미용성형 부문의 활황이 지속될 순 없다고 봤다. 최소 3년 안에 중국 의사들의 성형 기술이 국내 수준을 따라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중국 의사들의 미용성형 기술이 많이 높아졌다고 한다"며 "미용성형에 대한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볼 순 없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에 대해선 대형제약회사들의 부활을 기대해보라고 조언했다.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 강화로 제약 영업기조가 바뀌면서 대형 제약회사들이 주춤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형제약사들 중에선 LG생명과학을 주목했다. 지난 4년간 몸 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살펴봤을 때 투자와 실패를 반복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LG생명과학은 연구개발(R&D) 중심 기업으로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며 "투자에 대한 성과가 실적으로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며 정일재 최고경영자(CEO)의 실리적인 판단력은 회사 강점으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하는 게 꿈"
애널리스트로서의 목표나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한마디로 대답했다.
"특정인이 아니라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하고 싶습니다"
'그게 과연 가능하냐'는 기자의 거듭된 물음에 그는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기업가치 평가와 분석 시 최우선으로 하는 생각이고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가장 기본에 충실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성이 유망하고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한다면 가능한 일"이라며 "이러한 종목 발굴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시장 투자자들이 행복해진다면 바랄 게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채선희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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