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리스 저디스 CARS 소장 "무인차는 '소유' 아닌 '서비스' 개념"

입력 2015-02-10 14:31
수정 2015-02-10 14:32
무인차 연구의 산실 스탠퍼드대자동차연구센터(CARS)


스탠퍼드대자동차연구센터(CARS)는 무인차 연구의 산실이다. 1월초 라스베이거스의 소비자 가전쇼(CES)에서 무인차를 공개해 화제를 모은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가 모두 CARS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무인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CARS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2007년 설립 당시 6개뿐이던 기업 후원회원이 이미 30개를 넘어섰다. GM·포드·BMW·폭스바겐·닛산·도요타·볼보·르노 등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망라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델파이·보쉬·덴소 같은 자동차 부품 업체부터 보험사(올스테이트·스테이트팜보험), 렌터카(엔터프라이즈), IT 기업(인텔·엔비디아·파나소닉)까지 무인차 물결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CARS의 문을 두드린다.


크리스 저디스 CARS 소장은 “구글의 공격적인 행보에 자극받은 자동차 업계가 최근 2년간 무인차 기술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며 “스마트폰에서 일어난 일이 자동차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이 무인차의 운영체제(OS)를 만들고 자동차 업체는 ‘빈껍데기’만 조립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인차 등장으로 자동차의 개념이 ‘소유’에서 ‘서비스’로 바뀔 것”이라며 “운전자 없는 우버 택시가 대중화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 올해 CES에선 무인차가 화제였다.

CES가 자동차 업계의 중요한 이벤트가 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동안 CES는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소비자 가전업체만 관심을 가졌다. 이제는 자동차 업체들이 자동화, 인포테인먼트 등 미래 기술을 논의하기위해 CES에 모인다. 최근 2~3년 사이 생겨난 변화다.

- 특히 관심을 끈 기업이나 제품은.

아우디는 실리콘밸리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885km를 자율 주행으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아우디는 작년만 해도 단거리 시험주행에 그쳤다. 무인차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거실 형태 공간을 구현한 럭셔리 무인차 F015를 내놓았다. 차가 스스로 주행하게 되면 어떤 가능성이 열리는지 생각하게 했다.

- 무인차 시대가 언제쯤 열리까.

나는 예측가가 아니라 연구자다. 기술이 계속 진화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일부 모델은 앞차와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고 자동차가 차로 중앙에 위치하게 하는 기능을 이미 갖췄다. 이 모델들은 운전자 도움 없이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다. 이런 기술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시내 교통 혼잡 상황에서 스스로 운전하고 스스로 주차하는 시스템이 곧 나온다. 하지만 운전자가 전혀 필요 없는 100% 무인차를 구현하려는 기업도 있다. 구글이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쥬크 같?곳이다. 이들은 파일럿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앞으로 5년 내 많은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 최근 무인차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는.

구글의 무인차 개발에 자동차 업계가 자극 받았다. ‘구글이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 묻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난 2년 사이 많은 자동차 기업이 무인차 연구에 뛰어들었다.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부어 그들의 능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지금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 무인차가 몰고 올 사회적, 문화적 변화는.

다임러 벤츠 재단 후원으로 무인차의 사회적 영향을 연구하는 2년짜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나는 윤리적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철학자들과 흥미로운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도로 중간에 그어진 두 줄의 노란색은 차가 그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앞쪽에서 비상 상황이 벌어지면 어떤가. 인간은 중앙선을 침범하더라도 융통성 있게 사고를 피해간다. 무인차에도 이런 융통성을 허용해야할까. 법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과 이동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코너를 돌 때 보행자에게 어느 정도 공간을 줘야 할지, 자전거를 지나칠 때 안전거리를 얼마나 유지해야 할지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다. 리스크를 많이 감수하면 너무 위험해서 사람들이 무인차를 외면할 것이다. 반대로 리스크를 전혀 감수하지 않고 보행자나 자전거를 볼 때 마다 서야한다면 아무도 무인차를 타지 않을 것이다.

- 무인차가 사고를 내면 누가 책임을 지나.

무인차의 법적 책임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사고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고 보상해야 하는지 아직 ㅗ蠻?답이 없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유럽은 무인차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돈을 내 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고 피해자는 이 기금에서 보상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모델이 적합하지 않다. 법체계 특성상 실제로 법정에 가기 전에는 법적 책임의 대상과 범위를 명확하게 확정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자동차 기업과 구글 중 누가 이길까.

후원 기업들과 그 주제를 토론한 적이 있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느냐가 중요하다. ‘운전 쾌감’은 자동차 회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있다. 물론 실제로 운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 주장이 전적으로 찬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점점 자동차를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는 수단으로 생각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구글이 만드는 100% 무인차는 은퇴자 거주지나 대학 캠퍼스처럼 제한된 환경에 잘 맞는 솔루션이다. 반면 제한 없이 어디든 갈수 있는 차는 여전히 운전자가 필요하다. 이 경우는 자동차 기업들의 접근법이 설득력이 있다. 한쪽은 옳고 다른 쪽은 그르다고 말할 수 없는 문제다.

- 자동차 산업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우버는 탑승자에게 이동성을 제공하는 회사다. 우버는 무인차를 쓸 수 있으면 당장 도입할 것이다. 도시 주변에서 사람들을 매우 효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다. 기술이 더 진보하고 더 편리해 지면 차를 직접 소유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언제든 무인차를 불러 탈 수 있다면 굳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 산으로 주말 가족 여행을 갈 때 무인차 서비스를 불러 목적지를 말하?산까지 데려다 준다. 집에 돌아와 다시 차를 돌려보내면 된다. 무인차와 함께 ‘서비스로서의 이동성’에서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 기존 자동차 업체에 위기가 닥칠까.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 사람들이 서비스로서의 이동성에 만족할지, 아니면 여전히 차를 소유하고 싶어 할지 알 수 없다. 서비스로서의 이동성에 만족하면 자기 차를 소유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개인 소비자의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다. 공공 성격의 시장이나 다른 형태의 운송수단이 빈 공간을 채울 것이다. 전체적으로 차량 판매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아직은 열린 질문이다. 출퇴근 때마다 차를 불러 사용하고 돌려보내 수 있다. 하지만 일과 후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려고 여벌의 운동복을 차에 두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자기 소유의 차를 갖고 있어야 한다.

- 자동차 업체들이 무인차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무인차는 기회와 두려움을 함께 준다. 자동차 회사들은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차를 만드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무인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있다. 구글이 완성된 무인차를 내놓으면 자동차 회사들은 뒤처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스마트폰에서 일어난 일이 자동차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구글이 무인차 운영체제를 만들고 자동차 업체들은 빈껍데기만 조립하는 것이다. 애플이 소비자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디자인을 갖춘 무인차를 내놓을 수도 있다. 자동차 회사들이 CES에 참여하고 소비자 가전업체들과 소통에 나서는 것은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무인차 시대를 맞기 위한 것이다.

스탠퍼드(미국)=장승규 한경비즈니스 기?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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