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눈] 달리는 코스닥에 올라타려면…

입력 2015-02-09 14:33
[ 정현영 기자 ] 지난주 코스닥지수가 7년 만에 600선 고지를 점령하면서 사실상 장기 박스권을 돌파해냈다.

전문가들도 "과거 코스닥 종목들은 이슈와 테마에 휘둘리면서 추세를 형성하기 어려웠는데 요즘 코스닥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용잔고와 실적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동시에 연기금 순매수와 실적 가시성 업종을 구분해 접근하면 '달리는 코스닥'에 당장 올라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7년 만에 뚫린 코스닥 장기 박스권…"코스피 대안으로 성장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2008년 이후 7년 만에 600선을 돌파했다.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은 사상 최고치인 160조원을 웃돌았고,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3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물리면서 코스닥의 질주가 가능했다는 것이 거래소의 판단이다. 거래소는 "창업·벤처 활성화 등 '창조경제' 기반 마련을 위한 정부의 정책기조가 궁극적으로 코스닥시장 활성화와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핀테크(Fin-tech) 산업 육성을 비롯한 중소·벤처기업 지원 강화 등 정부의 신(新) 코스닥시장 정책으로 매매 활성화 기대감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건전성이 눈에 띄게 좋아진 점도 중장기 상승 추세로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전망. 실제로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을 통한 자정작용과 부실기업의 퇴출 노력이 더해져

상장폐지 기업 수는 2012년 48사에서 2013년 33사, 지난해 15사로 크게 줄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시장전략팀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코스닥 종목들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과거에는 이슈와 테마에 휘둘리며 추세를 형성하기 어려웠고, 금융위기 이후에는 전방산업의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장기 박스권에 갇혀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추정 기업 수와 빈도 역시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것. 이 연구원은 "코스닥 내 주당순이익(EPS) 추정기업 수가 2012년 18개 종목에서 최근 84개로 늘어났고, 컨센서스(시장 기대치) 전체 수도 89건에서 289건을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예측 가능한 실적 발표가 이어지자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는 추세적이다. 이 연구원은 "코스닥의 추세를 형성할 수 있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이로 인해

코스피가 흔들릴 때마다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을 넘어 새로운 중장기 추세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 코스닥 신용잔고 '빨간불'…중소형주 본격 실적시즌 '경계'

1월부터 거침없이 뛰어오른 탓에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이번주 게임주(株)를 필두로 한 본격적인 중소형주 실적시즌이 시동을 건다. '과열' 근거인 신용잔고는 위험 수준이란 설명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월 중순 이후부터 코스닥보다 거래소 대형주가 유리해 보인다"며 "이는 수급과 실적, 재료적인 측면에서 분석해 볼 수 있는데 특히 시가총액 규모가 거래소에 비해 8분의 1 정도 밖에 안 되는 코스닥시장 신용잔고 규모가 거래소를 추월했다는 것은 분명한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스닥 시장이 1월에만 9% 이상 급등했고, 2월 들어서도 상징적 저항선인 600포인트마저 돌파했다"며 "시장의 관심은 코스닥을 포함한 중소형주 랠리가 좀 더 이어질지에 쏠려있지만, 당분간 대형주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권했다.

실적시즌에 대한 불확실성을 경계한 슬림화(차익실현)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은 "이번주 게임주를 필두로 한 중소형주 실적시즌이 시작된다"며 "코스닥의 강한 상승 흐름은 정책 기대감과 테마 그리고 이슈가 주된 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실적 시즌 돌입과 함께 실적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를 뒷받침하는 신호가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매물 출회다.

대신증권은 "추세적인 매도는 아니지만, 그동안 꾸준한 순매수 기조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유가 반등과 대형주의 반등시도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적시즌에 가까워질수록 외국인의 매도세는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판단했다.

◆ "연기금 순매수 종목과 실적 모멘텀株로 접근해야"

배성진 현대증권 시장정보팀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의 상대적인 강세 지속이 예상되지만, 단기 급등한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할 시기"라며 "연기금 순매수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초 이후 코스닥시장 내 연기금 순매수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는 NEW, 에스엠, 디티앤씨,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마크로젠, 에프엔씨엔터, 테스, 미디어플렉스, 창해에탄올, 바이넥스, 파이오링크, 위메이드, 산성앨엔에스, 다나와, 나스미디어, 내츄럴엔도텍, 텔콘, CJ E&M, 모두투어 등이 꼽혔다.

배 연구원은 "작년 1분기 이후 이익추정과 실제 사이 괴리가 높아졌지만, 4분기에는 그 괴리율이 다시 축소되고 있다"면서 "외국인의 본격적인 매수 기대가 약해진 상황인 만큼 연기금의 매수세가 계속 유입되는 종목 위주로 시장 대응에 나서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 연구원은 운송, 내구재·의류, 호텔·레저 등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 안에서 매수 종목을 찾아야 한다고 권했다. 정보기술(IT) 관련주의 경우 실적발표 이후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저점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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