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속 매각 파행 왜?
신임 대표 2개월째 출근 못해…사기업 직원이 대표 출근 막는 이유
금호그룹 선 금호산업 인수 후 금호고속 인수 전략, PEF와 충돌
채권단 “금호그룹 두 마리 토끼 욕심내다 부작용 낼 수도”
이 기사는 02월03일(04: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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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고속 신임 대표와 금호고속 직원들은 1일 서울 반포 고속터미널 9층 금호고속 사장실 사용을 놓고 충돌했다. 일요일 점심시간 집무실에 몰래 들어간 회사 대표를 직원들이 끌어내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직원들과 용역 1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금호고속의 신임 대표는 100% 대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PEF) 컨소시엄이 작년 11월 선임했는데, 2개월째 출근을 못하고 있다.
금호그룹은 이날 "금호고속 우리사주조합을 금호고속의 우선매수권 협상 대표로 지정"하는 공문을 PEF에 보냈다. 그룹의 향후 경영을 좌우할 수 있고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인수합병(M&A) 협상 ?계열사 직원에게 맡긴다는 의미다. 대기업이 우선매수권 협상을 직원들에게 부여한 국내 첫 사례다.
양동수 금호고속 우리사주조합장은 "임직원들이 키워낸 회사(금호고속)를 임직원 스스로 되찾겠다는 의지"라며 "임직원들이 금호고속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IBK컨소시엄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금호고속 경영권을 비싸게 팔기 어렵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술수”라고 비난했다.
금호고속 매각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에서 대표 출근 저지투쟁이 벌어지는 가 하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M&A를 계열사 직원들에게 맡기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금호고속 매각 가격을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다. 금호그룹은 2012년 회사를 PEF에 매각할 때 우선매수권과 금호고속 경영을 보장받은 사실때문에 IBK컨소시엄이 최소한의 수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BK컨소시엄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시장에서 형성된 공정 가격에 금호고속을 금호그룹이 되사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IBK컨소시엄이 시장 공정 가격을 파악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매각 작업을 금호고속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방해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매각 관계자들은 금호고속 몸값에 대한 IBK컨소시엄(50000억원)과 금호그룹(2000억원)의 격차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산업 매각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달 30일 금호산업 지분 57%를 팔겠다는 매각 공고를 냈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은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아 오지 못하면 금호고속도 인수할 수 없다. 금호고속 우선매수권 주체가 금호산업 손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이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매각 주관사는 “금호그룹이 우선 금호산업을 경영권을 선 인수한 후 금호고속을 되사겠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호산업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동시에 인수하겠다는 금호그룹의 전략이 부작용을 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금호산업 채권단 회의에서는 ‘금호그룹이 금호고속처럼 금호산업 매각작업을 방해할 경우 대비책’이 집중 논의됐다. 대비책인 박 회장의 금호산업 우선매수권을 박탈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사모펀드업계는 “금호그룹이 위기에 도움을 받았던 재무적 투자자(FI)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FI들로부터 다시 자금 지원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우 사모펀드협의회 의장(보고펀드 대표)은 “통상 우선매수권이 있는 경우 제 3자 매각은 쉽지 않다”며 “사는쪽과 파는 쪽이 협상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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