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대기업 여전히 건재하네
수익성 좋아진 도요타자동차 히타치
우리나라에는 일본 기업과 일본 경제의 부정적인 정보가 많이 전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일반인은 물론 식자들 사이에도 일본경제 하면 ‘이제 다 망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보냐고 물으면 기업들의 실적이 나쁘고, 정부부채도 급증하는 등 국가 전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1990년까지의 전성기에 비해 일본 기업과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진 건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이나 국가나 편견을 갖고 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특히 일본에 대해선 장점보다 약점을 보고 싶어하는 게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심리인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2분기부터 한경닷컴 주최로 네 차례 개최한 일본경제포럼에서도 그런 인식을 가진 관람객들을 많이 만났다. 일본과 일본경제에 대해 정보를 얻기 위해 온 사람들인데도 일본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자 일본의 경쟁업체들이 한국기업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히타치 소니 도시바 등 전자, IT(정보통신)업체들은 모두 적자를 내거나 망한줄 알고 있는 사람들도 꽤 뭅?
2월 들어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 대기업들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엔저(엔화 약세) 효과도 있어 일본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다. 도요타자동차 히타치 소니 등의 실적은 주목할 만하다.
도요타자동차는 2014회계연도(2014년 4월~ 2015년 3월)에 2조7000억 엔의 영업이익을 거둬 사상 최고 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률은 10%대에 올라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IT·전자산업을 대표하는 히타치제작소의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히타치는 2014회계연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3221억 엔(약 2조9700억 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반도체 가전 등을 과감하게 정리한데 이어 최근 3년간 20여개 사를 인수합병(M&A), 구조조정하는 등 사회 인프라 부문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다. 2015회계연도엔 매출 10조 엔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소니도 당초 적자 예상과 달리 2014회계연도에 흑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니는 2014회계연도에 200억 엔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화상센서 등 디바이스 및 게임 부문이 호조다. 실적 악화 주범인 TV, 전자 부문에서도 고정비 삭감 등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경영 마인드가 바뀌고, 구조개혁 성과가 오르고 있어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종합상사 이토추상사는 2014회계연도 실적 전망치를 내놨다. 이 회사의 지난해 4~12월 순이익은 2313 ?엔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했다. 회사 측은 다음달 끝나는 2014회계연도에 한해 전보다 22% 증가한 3000억 엔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독일과 함께 세계 최고 제조업 강국이다. 과학기술과 소재부품 등 기초 체력이 튼튼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쉽게 무너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 일본 기업과 일본 경제의 잠재력을 과소 평가하고 무시하긴 이르다. 상대국의 약점을 찾기보단 그들의 강점을 찾아 한국경제의 실력을 기르는 게 우선이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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