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난 줄"…22년 된 광주 아파트 옹벽 와르르

입력 2015-02-05 08:51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 밖에 나와보니 '우르르 쾅쾅' 하고 흙먼지와 함께 옹벽 잔해들이 사방을 튀어와 지진 난 줄 알았어요.

5일 오전 3시 30분께 광주 남구 봉선동 대화아파트 경비원 강모(70)씨는 굉음과 함께 옹벽이 무너지는 순간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다. 강씨는 처음에는 지진이 난 줄 알고 아파트 현관 앞 경비실에서 지하로 서둘러 대피했다. 이후 상황을 파악하고 신고전화를 한 후 주민들에게 옹벽붕괴 사고를 내부 방송을 통해 알렸다.

주민들은 새벽 시간 곤한 잠에 들었다가 '마른하늘의 날벼락'에 깜짝 놀라 잠옷 바람에 겨우 겉옷만 챙겨입고 황급히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바라본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15m 높이 옹벽은 중간이 뚝 끊겨 콘크리트 사이 철근을 드러내고 차량 위를 덮친 상태였고, 그 위에는 제석산의 엄청난 분량의 토사가 쓸려 내려와 뒤덮었다.

차량 수십 여대가 토사에 깔려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육안으로 보이는 10여대의 차량은 나무와 옹벽 토사에 찢기고 짓눌려 나뒹굴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의 대피안내로 주변 초등학교로 긴급대피해 해당 아파트 105가구 300여명의 주민들은 깜짝 놀라 쿵쿵 뛰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한 주민은 "새벽에 밖으로 나와 옹벽이 무너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옹벽 밑은 평소 차량 수십여대가 주차하는 곳인데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니 천만다행이다"고 말했다. 사고발생 4시간여가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다. 옹벽 주변에서 주민들과 취재진을 통제하던 경찰 인력도 추가 붕괴 우려 탓에 멀찌감치 물러났다.

관계 당국은 이날 오전 긴급 안전진단 인력을 투입해 추가 붕괴 우려가 있는지 확인한 후 후속 복구절차를 진행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 아파트 주변 CCTV 등을 확보해 혹시나 사고 당시 옹벽주변을 지나는 주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무너진 옹벽 바로 앞 동 주민들은 이날 오전 출근시간이 다가오자 아이 분유, 출근 가방 등을 챙기러 다시 아파트를 찾고 날이 밝아져 드러난 사고 현장을 다시 보고 탄식을 내뱉었다. 생필품을 가지러 다시 아파트로 들어간 주민들은 추가 붕괴가 우려가 있다는 말에 서둘러 다시 빠져나왔고, 조금 뒤늦게 되돌아온 주민들은 아파트로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발만 동동 굴렀다.

이 아파트는 지난 1993년 9월에 준공됐으며 사고가 난 옹벽도 같은 시기 구축됐다. 제석산 밑 자락을 절개한 지형에 옹벽을 세우고 그 밑쪽에 위치한 315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에는 옹벽 바로 앞에 있는 103동을 가운데 두고 101동과 102동이 양쪽에 있는 'ㄷ'자 구조로 지어졌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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