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사모펀드 활성화법 이대로 좋은가](1)PEF 살리려다 개인 사모 시장 '고사'

입력 2015-02-04 13:48
최소가입 '5억원' 규정에 개인 사모시장 '패닉'
10조 개인사모 평균 가입금 7500만원,금융위 "개인사모는 1억원" 검토
기관에 출자받는 PEF들 적격 투자자 요건 "의미 없다"


이 기사는 01월26일(04: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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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꾀한다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내놨다. 작년 11월 말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약 두 달 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야당이 ‘서민들에게도 사모펀드 투자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규제 완화라는 큰 틀에 동조하는 상황이어서 조만간 통과가 예상된다. 금융위 스스로도 “8부 능선은 넘었다”고 자평할 정도다.

하지만 현장에선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가 사모펀드 규제 완화의 반대급부로 적격 투자자 자격을 5억원 이상으로 상향한다는 조치에 대해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들이 일반 사모펀드 시장을 고사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사모펀드를 일반 투자자에게 개방한다며 도입하기로 한 사모펀드공모재간접 시장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역외펀드 과세, 기업 지분 10% 이상 취득 의무 규정 등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이하 PEF)들이 외국계 PEF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들이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3회에 걸쳐 ‘사모펀드 활성화법’의 문제점들을 짚어 본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주부 김은영씨는 A자산운용이 만든 사모펀드에 1억원을 가입해 ‘대박’을 터트렸다. 삼성SDS가 상장되기 전에 투자했다가 상장 뒤 이익을 실현했는데 수익률이 두 배에 달했다. 재테크 고수로 소문난 김씨는 그 전에도 LG화학, 삼성SDI 등 전기차 테마주로 구성된 사모펀드에 투자해 56%의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적격 투자 한도를 계좌당 5억원 이상으로 한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에 휩싸였다. 그동안 얻은 것도 많았지만 그만큼 투자 위험도 큰 사모펀드에 한꺼번에 5억원을 넣는다는 게 부담스러워서다.

금 융위가 지난해 ‘사모펀드 활성화’법을 내놓은 뒤 가장 큰 소용돌이에 휩싸인 곳은 의외로 자산운용업계다. 적격 투자자 조건 상향으로 일반 사모펀드 시장이 절반 규모로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규제 완화 혜택을 가장 크게 볼 것으로 예상했던 PEF 운용사들은 오히려 담담한 분위기다.

◆불안에 떠는 자산운용업계
금융위는 일반 사모펀드, 헤지펀드, PEF, 기업재무안정PEF 등 4종류인 사모펀드를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2가지로 단순화시키기로 하면서 적격 투자자 요건을 만들었다. 사모펀드에 직접 가입하는 투자자는 계좌당 1억원 이상을 넣는 개인과 법인으로 한정한 것이다. 시행령에서는 5억원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헤지펀드와 PEF는 기존에도 개인의 경우 각각 5억원, 10억원으로 최소 가입 금액이 제한돼 있었다. PEF 업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을 사고 파는 거래를 주로 하는 PEF는 주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출자받기 때문에 개인 적격투자자 요건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 증권사 창구에서 판매되는 일반 사모펀드는 이번 금융위의 조치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최소투자액 제한이 없던 현행 규정이 5억원 이상으로 상향되기 때문이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180조원 규모(금융투자협회 자료)로 급성장했다. 공모펀드(204조원)의 88% 수준이다. 사모펀드 중에서 PEF가 50조원 규모고, 헤지펀드는 3조원 남짓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일반 사모펀드고, 이 중에서 은행 증권사 PB 고객들 자금을 모아 만든 개인 사모펀드의 작년 11월 말 기준 시장 규모는 10조662억원이다. 계좌수는 12만8140개로 한 계좌당 가입 금액은 평균 7900만원에 불과하다.

판매 상위 10대 회사별로 봐도 계좌당 수탁액은 모두 5억원 이하다. 삼성증권이 2004개 사모펀드를 팔아 총 9917억원어치를 모아 평균 계좌당 수탁액이 4억9500만원으로 가장 높다. 농협은행은 12만704개의 계좌에 6343억원을 모아 평균 수탁액이 5000만원에 불과하다. 조철희 유진자산운용 대표는 “금융위가 올린 원안대로 시행령이 만들어진다면 개인 사모펀드 시장은 궤멸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은행, 증권사의 고액 PB고객 관리 기준이 고객별 자산 1억~5억원 이상”이라며 “한 계좌에 5억원 넘는 돈을 넣을 수 있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특정금전신탁으로 개인 자금 쏠릴라
전 문가들은 일반 사모펀드 시장이 축소되면 개인 자산가들의 돈이 특정금전신탁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정금전신탁은 투자 금액 제한이 없는 데다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2010년말 123조원에서 작년 10월말 279조원으로 불어났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객이 신탁재산인 금전의 운용방법을 정하고 신탁회사는 이에 따라 운용하는 것이 특정금전신탁의 특성임에도 실제 시장에선 묻지마 투자식의 운영이 성행했다”고 지적했다.

‘파이시티’, ‘KT ENS 루마니아 태양광 투자’ 등 은행 등에서 판매한 특정금전신탁 자금이 실물 자산용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투입됐다가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박삼철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사실상 1인 단독 사모펀드라고 할 수 있는 특정금전신탁제도를 본래 취지에 맞도록 개선하는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낮추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이 급격히 쏠린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금융위는 왜 ‘5억원 이상’으로 사모펀드 적격 투자자 요건을 상향한 것일까. 안창국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의 외연을 넓宕?투자자 요건을 미국 등 금융 선진국들처럼 손실에 따른 피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개인으로 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를 푸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대급부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자산운용업계의 원성이 커지자 적격 투자자 요건을 전문투자형은 1억원 이상, PEF는 5억원 이상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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