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소신' 실종…靑·국회 눈치만 보는 복지부

입력 2015-02-03 20:44
수정 2015-02-04 03:52
현장에서

기자들 쏟아지는 질문에
"건보료 개편 연내 재추진, 당정협의 결과 보고…"

고은이 경제부 기자 koko@hankyung.com


[ 고은이 기자 ]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을 사실상 백지화했던 보건복지부가 엿새 만에 개편을 재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3일 이동욱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이 “당정 협의를 통해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는데 그 결과에 따라 (재추진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 당정 협의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가 부과 체계 개편에 적극적인 만큼 사실상 정부도 이에 맞춰 다시 논의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도 복지부는 관련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연내 재추진하겠다고 결정한 바가 없다. 당정 협의 결과를 보겠다는 것”이라고 시치미를 뗐다. 건보료 개편의 모든 책임과 주도권을 국회로 넘기는 모양새다. 연말정산 파동 이후 여론의 반발이 두려워 건보료 개편작업 무기한 연기를 선언한 복지부가 여론을 슬쩍 떠보면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셈이다. 불합리한 현행 부과 체계를 고치겠다는 가장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가져야 할 보건당국의 태도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번 부과 체계 개편 논의 과정의 전후 사정을 잘 아는 한 건강보험 전문가는 “2년 전 처음 개편방향을 논의할 때부터 복지부는 (건보료를 더 내게 되는)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을까 두려워했다”며 “고민이야 많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정치권에 얹혀가겠다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이 같은 비판에 심드렁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만약 (논의 연기 선언을 하지 않고) 그대로 개편안을 발표했더라면 고소득자 추가 부담과 저소득 지역가입자 기본보험료 등 수많은 문제가 돌출됐을 것”이라며 “(연기 선언으로) 개편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데 성공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국민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을 추진하게 됐으니 잘되지 않았느냐는 반문이다.

하지만 정책 일선에서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설득을 해나가야 할 정부가 국회와 청와대의 허락만 기다리고 있겠다는 태도는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부과 체계 개편을 미루면서 슬쩍 저소득자 경감책부터 먼저 시행하겠다고 한 것도 쉬운 일은 정부가 하고 고소득자 건보료 인상 등 어려운 일은 국회나 청와대에 선택권을 넘기겠다는 얄팍한 속내로 비쳐진다. 복지부 산하 건보료개선기획단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도 복지부가 개편에 소극적이라 논의의 진척이 더뎠는데 막판까지 최종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고은이 경제부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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