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하 기자 ] 국내 증시가 어떤 재료에도 '시큰둥'하다. 코스피지수는 대내외 악재가 나와도 호재가 나와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3일 오전 10시30분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0.14포인트(0.52%) 하락한 1942.54를 기록했다. 장 초반 1960선까지 올랐다가 이내 상승폭을 모조리 반납,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이라고 불리는 1900~2000선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다. 위아래 변동폭이 점점 좁아지면서 증시에 대한 투자매력도는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뉴스에 제대로 반응하는 시장"이라며 "대내외 악재에는 주가가 빠지고 대신 호재에는 또 충분히 올라주는 정상적인 반응이 필요한데 현재는 이래도 저래도 관심이 없는 '무미건조'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로 기업 기반여건(펀더멘털)을 꼽았다.
기업들의 근본적인 실적 개선세가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
배성 ?현대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기간이 끝나가면서 대형주 중심의 안도 랠리를 보였지만, 지수를 놓고보면 전반적으로 2000선 이상으로 올라갈 정도의 힘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 연구원은 "대형주 중 삼성전자 외에는 현대차 등 자동차 관련주의 실적 안정성이 견고하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전날 발표된 지난달 판매부진이 이마저도 약화시켰다"고 설명했다.
1월 현대차의 국내외 총출고량은 38만6000대로 전년동월대비 6.7%, 전월대비 18.9% 각각 감소했다. 기아차는 25만3000대로 전년동월대비 1.7%, 전월대비 10.5% 줄었다.
시가총액 7위인 네이버 역시 시장 기대치에 못미치는 실적을 내놓았다. 지난달 29일 네이버는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9.3% 늘어난 7520억원, 영업이익은 30.0% 증가한 196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평균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인 2000억 원 수준에 못 미치는 실적이다.
기업들의 근본적인 실적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이상 냉담해진 투자심리를 살려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배 연구원은 "그리스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이슈나 국제 유가 문제 등 다른 변수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인 수준"이라며 "대외 이슈들에 반응하기 앞서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늘고 있다는 신뢰가 너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지수 수준에 대한 기술적인 분석은 더 갑갑한 상황이다. 지수가 더 오르거나 빠질 것라는 '기대감' 자체가 부족해서다.
김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보면 코스피는 2011년부터 볼린저 밴드(Bollinger Band) 안에 갇 ?있다"며 "볼린저 밴드 상단인 2010을 돌파하거나 하단인 1880선 아래로 빠질 경우에나 증시에 새로운 투자자금이 유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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