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 46] 벼랑 끝에 선 인디개발팀의 '살아남기'

입력 2015-02-03 07:08
수정 2015-02-03 17:02
<p>모바일 게임 시장이 많이 어려워졌다. 언제부턴가 시장의 화두는 '성장'에서 '생존'으로 바뀌었다. 생존은 대기업이든 소규모의 인디든 공통의 과제가 되었다.</p> <p>한국에서도 2014년 초 베트남 1인 개발자 '플래피버드'의 글로벌 대성공 이후로 자의든 타의든 정말 많은 모바일 인디 게임 개발팀들이 생겼다.</p> <p>자밥스튜디오는 2013년 겨울에 독립한 모바일 게임 개발팀이다. 구성원은 단 2명. 2015년 2월 현재 다행히(?) 생존하고 있다. 부족한 개발팀이지만 지금까지 어떻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생존해 왔는지 그 전략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p> <p>■ 생존전략 1 - 비용을 줄여라!
자밥스튜디오로 독립하면서 다른 게임 회사와 가장 다른 점은 비용이었다.</p> <p>5~8명 정도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게임 회사가 있다고 할 때 운영이 되려면 적어도 월 몇 천만원 이상의 수익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은 시장이 되어버렸다.</p> <p>반면에 집에서 아내와 함께 자밥스튜디오를 만드니 일단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가 별도로 들지 않았다. 다른 회사들에 비해 훨씬 가벼운 장점이 있었다. 나와 와이프 둘뿐이니깐 그렇게 많은 매출도 필요가 없었다. 생존할 확률이 다른 회사들에 비해서 높아졌다.</p> <p>물론 규모에 상관없이 생존이 중요한 시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는데 자밥스튜디오는 비용 절감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집안에 마련한 조촐한 사무실 반면에 '게임이 잘되고 회사가 잘되고 있다'고 몸집을 키우는 것도 상당히 신중해야 된다. 특히 인원을 늘리는 것은 인건비라는 무시무시한 고정비가 생긴다. 그 인원만큼 생존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한다.</p> <p>■ 생존전략 2 - 빨리 출시하고 빨리 실패해보자!
첫번째 게임은 무조건 실패한다. '처음 게임을 만들었는데 대박이 났다!' 라는 사례를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p> <p>물론 성공의 기준이 주관적이다. 그래서 애매함이 있지만 보통 처음 만든 게임은 성공하기 힘들다. 따라서 처음 게임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것만큼 위험한 도박도 없다. 차기작을 염두에 두고 가지고 있는 리소스를 잘 활용해야 된다.</p> <p>물론 처음 게임이 생각만큼 성적이 안 나오면 실망감이 크다. 하지만 그 실패가 아주 큰 자양분이 되어서 결국 다음 게임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때문에 빨리 출시하여 시행착오를 겪어보길 권한다.</p> <p>자밥스튜디오도 그나마 의미있는 성적이 나오는 게임이 나오기까지 10개의 게임을 말아먹었고, 독립 후 약 8개월 동안 한 달 평균수입이 10만 원도 되지 않았다. 8개월의 시행착오가 지금의 자밥스튜디오를 살아남게 했다.</p> <p>개발 기간이 길면 길수록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첫 번째 게임은 빨리 출시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자밥스튜디오의 모든 게임은 출시하기까지의 실 개발 기간이 평균 1달이다.</p> <p>■ 생존전략 3 -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알리자!
게임을 출시하면 공통의 고민이 게임을 어떻게 알릴까다. 자밥스튜디오의 경우 이전부터 게임을 출시하면 페이스북, 카페등에 거의 도배하다시피 게임 소개를 했다.</p> <p>사실 그때는 인디쪽이 활성화가 된 시기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굴에 철판 깔고 '저 게임 냈어요', '저 게임 또 냈어요~' 알렸다.</p> <p>카페 게시판 평균 조회수가 10건이 안되는 게시판에도 글을 올리고 다녔다. 이런 저런 시도해보고 이렇게 실패했어요~ 이건 왜 그렇죠 포스팅을 했다. '저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p> <p>게임뿐만 아니라 개발팀 자체도 알려야한다. 부부 개발이라는 것과 유럽 여행 두 달을 다녀왔다는 것. 사실 여행 중에도 지속적인 포스팅을 통해 자밥 스튜디오라는 게임 개발팀이 이렇게 살고 있다라는 것을 알렸다.</p> <p>이러던 중 구글 플레이팀의 눈에 띄게 되었고 피처드를 받게 된다. 피처드란 금주의 추천 게임등의 항목에 게임이 노출되는 것이다. 때마침 구글플레이에서 독립, 인디쪽을 지원하려고 정책을 만들려고 하는데 실제 인디개발을 하는 사람의 의견도 필요했다. 게임도 눈에 띄게 되서 좋은 파트너 관계가 되었고 이는 자밥스튜디오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되었다.</p> <p>결국 지속적으로 게임과 팀을 알렸던 것이 좋은 시기를 운 좋게 만나 괜찮은 결과로 이뤄졌다.
구글 피처드 화면 ■ 생존전략 4 - 단기 목표를 정하고 한계를 정하자!
독립 후 만든 게임이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유럽 여행을 두 달 다녀오니 남은 통장 잔고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동안 게임들이 실패했기 때문에 기존처럼 게임을 만들면 안되겠구나라는 것을 알았지만 뭘 만들어야 되는지는 막막했다.</p> <p>마음이 급했고 그래서 엄격한 단기 목표를 정했다. 7월 말까지 의미 있는 성적을 못거두면 그 다음 달에 취업을 알아보는 것으로.. 그런데 여행을 다녀온 이후 출시한 게임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성적을 거두었고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생존할 수가 없었다. 다음 목표는 더 크게 잡았다. '8월말까지 일 매출 50만원을 한번이라도 찍어보자. 그걸 못한다면 역시 접는다'라는 목표를 세웠는데 역시 달성을 했다.</p> <p>사실 그런 살벌한 목표를 정했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반년 이상 게임을 만들었는데 실패를 했고 남은 통장 잔고가 없다면 내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안되는 것은 안되는 거니깐.. 마치 내가 열심히 피겨를 배운다고 김연아가 될 수 없듯이.. 그렇게 독립적으로 게임을 개발해내는 재능과 가능성이 없다면 사실 포기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p> <p>인디 개발팀에게 특히 생존을 위해 개발을 하는 팀에게는 이런 단기 목표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 그리고 목표 달봉?하지 못했다면 냉정해질 필요도 있다. 매몰비용에 빠져서 재기 불능한 실패를 만들면 안되기 때문이다. 또 그런 냉정함이 막다른 골목에서 의외의 힘을 낼 수도 있다.
벼랑끝까지 갔었던 자밥스튜디오 </p> <p>■ 생존전략 5 -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성공을 벤치마킹하라!
게임에 자기팀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인디는 더더욱 이런 차별성과 독창성이 큰 무기가 될 수 있다.</p> <p>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서 너무 독창적인(?) 게임이 나와서도 곤란하다. 나는 재밌는데 정작 유저는 외면하는 게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p> <p>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상업적으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성공한 게임들을 분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대중성과 노련미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게임이 왜 상위권에 있으며 왜 인기가 있나 분석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벤치마킹하되 자기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p> <p>지난해 12월에 출시한 '무한더던전'은 자밥스튜디오가 생존하느냐 마느냐를 정하는 중요한 게임이라 생각했다. 피처드가 없어도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될 시기가 왔다고 판단을 했고 신중했다. 여러 게임들을 해보고 벤치마킹했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장점은 그대로 챙기되 자밥스튜디오만의 스타일은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운이 좋게도 결국 자력으로 유료 1위를 달성했다. 결국 2014년 겨울 자밥스튜디오는 생존에 성공했다.</p> <p>지난 1년간 많은 경험을 했고 그 경험들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소규모 개발팀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사실 참 어렵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p> <p>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크고 작은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고 자밥스튜디오도 현재까지 생존을 해오고 있다.</p> <p>무엇보다 생존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행착오'인 것 같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이 뻔한 말이 사실 진리라는 것을 잊지 말고 2015년에는 더 많은 인디 게임 개발팀들이 생존했으면 좋겠다.</p> <p>한경닷컴 게임톡 권대현 객원기자 zacra@naver.com</p> <p> 권대현은?
대기업, 스타트업을 거쳐서 부부개발의 꿈을 안고 2013년 겨울, 결혼과 동시에 독립을 하여 자밥스튜디오를 창업했다.</p> <p>창업 후 만든 게임이 다 '망했지만'(?) 미친 척 다녀온 두 달의 유럽여행이 전환점이 되어 여행 후 만든 게임들이 작지만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p> <p>재밌게 놀아야 재밌는 게임이 나온다고 믿으며 지금도 놀면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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