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위기 아니어도 M&A 가능
근로자 2명 이상 동의로 조합설립
[ 백승현 기자 ]
근로자들이 우리사주조합을 이용해 자신들이 다니고 있는 회사를 직접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가업 상속이 어려운 기업은 제3자 매각이나 폐업보다 근로자가 인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고용을 유지하고 기업의 장기성장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리사주조합이 기업 승계를 위한 법적 기구가 될 수 있게 ‘근로자 기업인수’ 목적인 경우에 한해 1인당 우리사주 취득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현재는 근로자 1인당 발행주식 총액의 1%(중소기업은 3%) 또는 액면가 합계 3억원까지만 취득할 수 있다. 우리사주 취득한도가 없어지면 우리사주조합이 해당 기업을 인수할 목적으로 총 주식의 30%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거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차입 규제도 풀어 우리사주조합의 기업인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로 했다. 근로자 기업인수 목적이 명확할 경우 현재 전년도 조합원 급여총액 이내로 묶여 있는 차입 한도와 3~7년의 차입기간 요건을 폐지한다. 다만 과도한 차입을 방지하기 위해 직전연도 차입의 잔액 10% 이상을 갚아야 하는 상환요건은 유지한다.
중소기업청을 통한 정책자금 지원도 확대한다. 근로자 기업인수 대출의 경우 매출 한도 제한(150%) 예외를 인정받고, 혁신형기업에 포함돼 시설자금 대출 지원 한도도 45억원에서 7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 근로복지기본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이 같은 지원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기로 했다. 회사 도산 우려 등의 경우가 아닌 정상적인 기업이라도 근로자가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행 근로복지기본법은 회사 도산 등으로 인해 근로자가 회사를 인수할 경우에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에선 전체 우리사주조합 중 75%가 기업승계와 관련이 있다”며 “창업주가 경영을 이을 만한 자식이 없으면 근로자들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 회사의 장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근로자가 기업을 인수하는 길이 열려 미국처럼 근로자에게 기업을 승계하려는 시도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국에선 창업주의 고령화로 기업승계 문제가 중소기업들의 주요 경영애로로 지적돼 왔다. 앞으로는 우리사주제도를 활용해 기업을 승계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된 것이다.
세종=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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