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층에 역사관…광화문 잇는 도심공원…KT 신사옥 '광대역 소통' 공간으로 탈바꿈

입력 2015-02-02 21:15
수정 2015-02-03 03:49
공사때 조선시대 유물 발견
전시관 만들어 문화재 보존

투명 유리로 외관 디자인
광화문 광장 확장시켜


[ 전설리 기자 ]
KT가 지난주 입주한 신사옥 KT광화문빌딩이스트(east). 1층과 지하 1층 바닥에 투명한 유리를 깔았다. 유리 아래로 모래와 흙 속에 돌들이 반쯤 묻혀 있다. 조선시대 집터를 보여주는 유구(遺構)다. 유구는 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를 말한다. 사옥을 짓기 위해 땅을 파다 발견한 유구를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지하 1층엔 아예 별도의 전시관도 마련했다. 건물 디자인은 광화문광장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1층을 개방해 도심 속 공원으로 꾸몄다. 신사옥을 관통하는 두 개의 키워드는 ‘역사’와 ‘광장’. 각각 과거 현재와의 소통을 의미한다. 통신기업의 핵심 가치를 표현한 것이다.

◆“붓으로 땅을 팠다”

KT 신사옥 터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다. 조선시대 육조거리(현 세종로) 시전행랑 등과 인접해서다. 조선시대 고위 관료 또는 부유한 상인 계층이 거주했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 대거 나왔다. 기와 113점, 자기 820점, 도기 26점 등 총 1089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신사옥 터의 유구 복원 및 전시 작업을 총괄한 김우웅 명지대 한국건축문화연구소 부소장은 “발굴 조사 결과 지표에서 약 3.5m 깊이까지 총 6개 문화층(1개 문화층은 약 100년간 퇴적한 층을 의미)이 확인됐는데 이 중 일제강점기층은 대부분 파괴된 상태였고, 19세기부터 15세기까지 이어지는 4개의 문화층은 살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발굴 작업 때문에 공사가 지연됐다. KT 관계자는 “유구와 유물이 나온 뒤부터 삽이 아닌 붓으로 땅을 팠다”고 말했다. KT는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과 전시관 설치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지하 1층 전시관에선 유구와 유물의 발굴 과정과 서울 도심의 역사 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터치스크린 등을 설치해 관람객이 궁금한 정보를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KT는 지하 보행로를 만들어 이 전시관을 세종이야기, 충무공이야기 등 세종로 주요 문화시설 및 광화문역과 연결할 계획이다.

◆현재와 소통하는 디자인

신사옥 디자인은 개방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1층을 필로티 구조(벽면 없이 기둥으로 지탱하는 공간)로 설계한 뒤 나무를 심었다. 산책로 구릉 등 개방 녹지를 조성해 시민에게 공개했다. 건물 모양은 장난감 ‘큐빅 퍼즐’을 닮았다. 네모 반듯한 대형 건물의 육중함에서 벗어나 가벼움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전면엔 전체 유리를 써 투명성을 살렸다. 모두 광화문광장과의 연결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KT 관계자는 “가벼운 큐빅 구조와 투명한 유리로 시각적으로 편안하게 투과되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며 “미국 대사관 이전 시 신사옥이 광화문광장과 바로 연결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광장 확장이란 콘셉트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사옥은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이탈리아의 세계적 건축가 렌조 피아노와 국내 건축설계업체 삼우가 공동으로 설계했다.

◆높아진 문화재 보존 의식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도 KT와 비슷한 방식으로 유구를 전시했다. 파리는 엄청난 주차난을 겪으면서도 옛 건물을 보존하고 있다. 현대식 건물을 지어 지하주차장을 조성하면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지만 편리함보다 문화재 보존을 택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KT 신사옥 바로 옆에 자리잡은 광화문D타워, 그랑서울 등도 KT와 비슷한 방식으로 유구 보존에 나섰다. 김 부소장은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근대화 과정에서 등한시했던 문화재 보존 의식이 높아진 가운데 2000년대 들어 사대문 재개발이 활성화하자 유물, 유구 발굴과 복원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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