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식품' 라면도 제친 밥의 힘…'한국인은 밥심' 불황 新 풍속도

입력 2015-02-02 14:19

회사원 김용진 씨(33)는 요즘 대형마트에 가면 장바구니에 라면 대신 냉동 볶음밥과 컵밥 제품을 담는다. 퇴근 후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 라면 대신 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냉동 밥 제품을 구입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부터다.

그는 "최근 냉동 볶음밥, 컵밥, 덮밥 등 전자레인지에 간단히 돌려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 많이 나왔다"며 "라면과 가격 차이도 1000원 정도 밖에 나지 않아 이왕이면 라면보다 밥을 챙겨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소비경기 불황을 맞은 식품시장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불황에 가격이 저렴하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라면 판매가 증가했지만 최근 라면 대신 밥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실제 지난 달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쌀을 이용한 식사용 조리식품의 소비량은 2012년 7만4495t에서 지난 해 9만8369t으로 약 32% 증가했다. 매년 성장세를 이어온 라면 시장이 지난 해에는 2% 뒷걸음질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이같은 변화는 유통업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해 롯데마트에서 컵밥류의 매출은 기존점 기준으로 전년 대비 36.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라면 택袖?6.7% 감소했다. 특히 대표 서민식품인 봉지라면 판매가 7% 넘게 쪼그라들면서 전체 라면 매출을 끌어내렸다.

편의점 CU에서는 2012년 매출 신장률이 8.7%에 그쳤던 밥류가 2013년 25.8%, 지난 해 14.9%로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 해 라면류의 매출 신장률은 8.8%에 그쳤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밥류의 매출은 라면류 대비 2012년 28.2%, 2013년 28.6%으로 꾸준히 높아졌다"며 "지난 해에는 29.5%로 더 높은 매출을 보이며 그 격차를 더욱 벌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식품업계에 냉동 볶음밥, 컵밥, 덮밥 등 끼니를 간단히 때울 수 있는 밥 간편식이 잇따라 등장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판매가격이 2000~3000원대로 라면 제품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점도 수요를 이끈 주요인이다. '같은 값이면 라면보다 밥'이란 소비심리가 작용한 것.

2012년 비락을 시작으로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 식품 대기업들이 밥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은 '햇반'을 통해 밥에 간편식 개념을 도입한 후 지난 해 하반기 인기 햄 제품인 '스팸'을 이용한 '프레시안 스팸 볶음밥' 2종을 출시했다. 대상과 풀무원도 각각 '청정원 정통 컵국밥'과 '건강 나물컵밥'을 선보였다.

오민우 대상 청정원 컵국밥 담당 과장은 "한국인은 아무래도 밀가루 면보다는 쌀밥이 더 건강하고 든든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라면을 대신해 다양한 밥 간편식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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