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역설…우정사업본부에 2013년부터 증권거래세 물렸더니 稅收 되레 줄었다

입력 2015-02-01 20:44
수정 2015-02-02 03:44
우정본부 453억 납세했지만
세금 부담 큰 차익거래 줄여
시장 위축, 1215억 세수펑크


[ 허란 기자 ] 정부가 세금수입 확대와 조세형평 등을 명분으로 2013년부터 우정사업본부의 주식거래에 세금을 물린 결과 관련 세수가 되레 762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정사업본부가 세금 부담이 큰 차익거래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주요 세원이던 차익거래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된 결과다. 차익거래란 저평가된 현물 주식을 사고 선물을 팔거나, 현물을 팔고 저평가된 선물을 사는 거래를 말한다.


○이익보다 세금이 더 많은 차익거래

1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우정사업본부에 증권거래세를 과세하기 시작한 2013년 233억원, 작년 220억원 등 2년간 총 453억원의 주식매매 세금을 새로 거둬들였다.

반면 우정사업본부의 거래 상대방이 꼬박꼬박 내오던 차익거래 부문 세수는 같은 기간 1215억원(2012년 대비)이 덜 걷혔다. 세금부과 이전과 비교할 때 전체 주식거래 부문에서 762억원의 세수 손실을 정부가 본 셈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면세혜택이 없어지자 차익거래를 급격히 줄였다. 보통 0.1% 이익을 기대하고 뛰어드는 차익거래에서 세금 0.3%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40조원에 달했던 우본의 차익거래 규모는 작년 기준 230억원으로 급감했다.

자연스럽게 우본의 거래 물량을 받아주던 증권사 등 매매 상대방이 낸 거래세도 2012년 613억원에서 2013년 10억원, 작년 1억원(추정치)으로 쪼그라들었다.

○외국인 독무대… 증시 유동성 악화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 실종으로 외국인에 대한 증시방어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본은 외국인이 주식을 대량으로 던질 경우 이를 받아주는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통해 증시를 방어하는 역할을 해왔다. 우본이 빠져나간 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25.6%에서 73.7%로 커졌다. 차익거래 시장이 사실상 외국인들의 놀이터가 된 셈이다.

조달금리가 낮은 외국인 핫머니가 차익거래 시장을 독점하면서 국내 기관은 무위험 수익 기회마저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차익거래 시장 축소로 사소한 외부 충격만으로도 시장 왜곡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2013년 9월 한 증권사의 매도 주문 실수로 KB금융이 단숨에 하한가로 떨어진 것도 차익거래 반대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현물 주식과 선물 간 거래인 차익거래 감소가 유가증권시장 거래 위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우본의 차익거래 실종으로 세수가 줄기도 했지만 증시 유동성이 악화된 게 더 심각한 문제”라며 “차익거래에서 외국인 영향력만 키워주고 증시 위축에는 기름을 부은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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