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 생물통계 전문가와 경제지표

입력 2015-01-30 18:34
직업과 경제의 만남 (59)


국가 전반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일은 특정 개인이나 회사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지식과 방법을 요구한다. 일개 개인이나 회사의 경제 상황은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개인, 정부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수많은 경제 활동을 전개한 결과가 투영된 국가 경제 전반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지식과 방법이 요구된다.


모든 것의 해답은 ‘경제지표’에

대개의 경우에는 경제 전반의 상황을 다소 주관적이거나 추상적인 형태로 파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정책 입안자나 기업체 의사결정권자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그들은 국가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뿐만 아니라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산업 또는 지역에 대한 세세한 상황들까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경제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일반인 또한 경제 전반의 상황을 보다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국가 전반의 경제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단순히 주변에서 목격하는 상황에만 의존하여 경제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상황을 종합하여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경제지표에 있다.

경제지표란 경제 활동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해당 경제 현상을 통계 수치로 나타낸 것들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 통계청, 금융위원회 등 여러 정부기관이 통화, 물가, 금리 등 국가 경제 전반의 경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경제지표를 집계하여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제지표들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에게도 국가 경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통계지식 중요해지는 생물학

그렇다면 이런 경제지표들은 매년 누가 관리하며, 집계하는 것일까? 다양한 경제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지표화하는 과정은 통계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에 의해 수행된다. 일반적으로 통계전문가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수치화될 수 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해당 자료를 집계하고, 이를 통계적 방법들을 통해 분석한 뒤 해당 데이터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해석해 주는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이런 통계전문가의 업무로서는 크게 조사계획 및 설계, 통계자료의 분석 및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컨설팅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통계전문가들은 국가 경제현상을 투영한 각종 경제지표 생산과정에도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타 교육, 스포츠, 심지어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통계 관련 전문지식을 더욱 필요로 하는 분야가 있는데, 다름 아닌 생물학이다. 생물통계전문가는 약이나 치료법에 대한 효과 측정 및 부작용 측정의 근거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해당 신약 내지 치료법의 법적 근거를 제공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인자가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기타 환자 내지 보건 산업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통계적 이론과 기법을 활용하여 연구를 설계하고 분석하며 조언한다.

최근 국제적인 의약품 기준 강화로 인해 이제 의약품이 법적 승인을 받기 위한 요건들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1년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제네릭 의약품 승인 법규인 생동성 시험 관리 규정 및 절차가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의약품이 임상학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음을 과학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통계학이다. 따라서 최근 국내 제약산업이나 의료산업 부문에서 생물 내지 임상 관련 통계 전문가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입사원 채용에도 필수인 통계지표

최근에는 우리 신체의 특징이 투영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기업 내지 산업 부분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지표 연구들도 수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쩌면 관상, 손금과 같이 그동안 미신으로 치부돼 왔던 부분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될지도 모를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010년 미네소타대 경제학과 교수팀은 두 번째 손가락과 네 번째 손가락의 길이 비율이 사람의 특성 내지 蕩?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음을 규명한 바 있다. 이들 연구팀은 두 번째 손가락과 네 번째 손가락 비율이 업무 성향 내지 성과를 가름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종업원 250명 이상을 보유한 이탈리아 기업 CEO 2295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 연구팀이 손가락 비율에 주목한 이유는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란 스테로이드계 남성 호르몬의 일종으로 넷째 손가락이 둘째 손가락에 비해 길수록 테스토스테론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출된다고 한다. 이런 테스토스테론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집단은 역시 과학자들이었다. 그들은 성취욕 내지 공격성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범죄율, 예술활동, 과학분야 연구자들의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연구들을 통해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일수록 신분 상승 욕구와 성취욕 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네소타 경제학과 연구팀 역시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출되는 사람일수록 사회생활과 업무에 대해 공격성과 적극성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미네소타 연구팀들은 네 번째 손가락이 두 번째 손가락에 비해 긴 사람일수록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출돼 공격적인 경영 방식을 추구하는 CEO들이 많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최근 통계전문가들의 활약상이 분야를 넘나들며 점점 커지고 있는 과정에서 당연히 이들이 생산하는 다양한 지표에 대한 활용도와 의존도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지표가 실제 경제 현상을 완벽히 투영하고 있는 것?아니다. 특정 경제 행위가 경제지표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관련 현상이 통계적으로 집계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수행하는 모든 경제 활동이 통계적으로 집계되지는 않는다. 또한 집계된 자료들이라 하더라도 통계 처리 과정에서 다소간의 왜곡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경제지표가 실제 현실 경제를 있는 그대로 투영하지는 못한다. 우리가 경제지표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경제 지표가 내포하고 있는 한계점 내지 단점 또한 명확히 숙지해야 한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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