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포럼] 최상철 원장 "디플레 피하려면 '소비자 니즈' 집중해야"

입력 2015-01-30 16:52
수정 2015-02-01 12:38

“기업 간 관계에서 갑(甲)이 누구인지에 집중하는 순간 디플레이션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의 경우 제품 판매시스템에서 과점 메이커와 대형 소매기업 간 대립이 실패를 불렀어요. 기업 간 파워게임에 매몰돼 소비자 니즈(needs)가 뒷전이 되면 안 됩니다.”

최상철 일본 유통과학대 대학원장(사진)은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4회 일본경제포럼에 발표자로 나서 이 같이 말했다.

일본 현지에서 교수로 강단에 서는 최 원장은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진 근본 원인으로 소비자 니즈와 멀어진 점을 꼽았다.

그는 “업계 과당경쟁이 이어지면서 기업 조직이 비대해지고 관료주의적으로 변질됐다”며 “기업이 근본인 소비자에 충실하지 않다 보니 수익을 못 내고, 가격경쟁에 빠지면서 디플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일본의 장기침체와 디플레 불황 원인 중 하나로 일본의 제품 판매시스템을 들었다.

파나소닉의 전신인 마츠시타전기와 다이에의 ‘30년 전쟁’이 대표적 사례다. 1964년 대형 소매기업 다이에가 마츠시타 제품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자 과점 브랜드였던 마츠시타가 출시 정지로 대응하면서 대립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니즈는 외면됐다는 것.

최 원장은 “상인정신을 망각하고 저가경쟁과 리베이트에 안주해 디플레가 심화된 측면이 있다”고 전제한 뒤 “잃어버린 20년을 지나며 혁신적 소매기업들은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코디네이터이자 ‘BEST’(브랜드·엔터테인먼트·공급망관리·타깃팅) 비즈니스모델로 진화 중이다. 핵심은 소비자 니즈를 자극할 수 있는 매력적 제품을 만들어내 마케팅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일본 기업들의 대응은 ‘닮은꼴 불황기’를 맞게 될 국내 기업들에게도 유용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원장은 “한국 경제도 일본처럼 디플레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의 실패에서 교훈을 배우는 한편 잃어버린 20년 동안 살아남은 생존전략을 벤치마킹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관건은 기업·업종 간 경쟁이 아닌 소비자에 집중하는 것이다. 대립적·경쟁적 관계에서 벗어나 파트너십을 갖고 소비자 니즈를 좇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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