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대 주택대출'
집값 하락 위험에 노출
"정부의 私금고냐" 불만
박한신 금융부 기자
금융위원회가 ‘2014 하반기 은행 혁신성 평가 결과’를 공개하기 직전인 지난 28일 오전 10시30분,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은행 임원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저희 은행은 몇 위인지 혹시 아시는지….”
이날 금융위는 기술금융 확산(40점),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50점), 사회적 책임 이행(10점) 등의 항목을 평가해 각 은행의 순위를 매겼다. 결국 “지시에 따라 기술금융 실적을 얼마나 빠르게 많이 올렸느냐가 기준”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다른 은행 임원은 “말 잘 듣는 게 ‘혁신’이냐”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요즘 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비용과 직접 연계해 은행들을 줄 세운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원들 입에서 “금융위와 계급장 떼고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은행이 정부부처의 ‘하위기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가 우리은행을 통해 내놓은 이른바 ‘은행 수익공유형 모기지’에 대한 불만에서 위기감이 드러난다.
상품 개요는 이렇다. 은행은 대출자에게 ‘신규코픽스 -1%포인트’의 연이율(현재 연 1.1%)로 7년간 돈을 빌려준다. 7년이 지난 후엔 해당 집값을 정산하고 8년째부터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한다. 정산 시 집값이 올랐으면 상승분에서 대출 비율만큼을 은행이 가져간다(연간 7% 이내).
은행 관계자는 “결국 은행 본업인 대출에서는 7년간 손해를 감수하고, 오를지 떨어질지 모르는 부동산 장사를 하라는 얘기”라며 혀를 내둘렀다.
국토부와 우리은행은 낮은 대출 금리에서 오는 손해를 파생상품 등을 통해 메우겠다는 구상이지만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한 은행 부행장은 “은행을 이런식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하면 유동성이 필요한 정책마다 동원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선진국에서도 물론 금융회사들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부실에 대비해 유보금을 더 쌓으라는 식의 금융규제 정도다. 외국과 반대로 우리는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부실 가능성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정부의 ‘사금고’화되고 있다”는 금융권의 우려가 예사롭지 않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알림] 슈퍼개미 가입하고 스타워즈 왕중왕전 함께하기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