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 근로소득자 등의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들의 반발을 의식해 연내 건보료 개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실상 건보료 개편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복지부가 당초 발표하려던 개편방안은 고소득 자영업자 및 근로소득자의 건보료는 올리고, 직장이 없거나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의 건보료는 낮추는 내용이라고 한다. 건보료 총수입액은 1조원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설계됐다. 이렇게 해서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직장가입자 26만여명, 일정소득 이상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19만여명 등 45만여명의 건보료 부담은 매월 수십만원까지 늘리는 대신, 602만가구에겐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3년간 준비 끝에 만든 개편안이었다. 이런 방안을 하루아침에 폐기했으니 비판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사정이야 모르지 않는다. 이미 연말정산 소동에서 정치권과 언론 할 것 없이 마치 몰랐다는 듯 세금폭탄이라며 공격했던 터다. 예정대로 개편안을 내놓았다가는 또 무슨 공격이 있을지 정무적 판단을 했을 것이다. 문형표 장관이 “내용을 보면 감세인데, 제대로 다뤄줄지 몰라서 개편안을 살리고 싶어 미뤘다”고 한탄했던 것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한다.
그러나 건강보험수지가 올해 흑자를 끝으로 내년부터 매년 조단위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건보료 개편을 통해 스스로 수입·지출을 맞춰가지 않으면 결국 재정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 12조원의 누적흑자가 있다며 건보 적용 확대 같은 무상의료 요구가 끊이지 않는 판이다. 이대로 가면 건보재정은 파탄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혁은 저항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반발이 무서워 피하면 아무 일도 못 한다. 연말정산 소동에 세금환급을 소급 적용해준다며 법치를 허물더니, 이번엔 아예 두 손을 드는 정부다. 내년은 총선, 2017년은 대선이어서 올해밖에 시간이 없다면서 하는 일이 고작 이렇다. 이런 식이면 저항이 훨씬 더 클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은 보나마나다. 결국 이렇게 골든타임을 허송세월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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