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韓·美 연합훈련과 核실험 연계는 억지

입력 2015-01-27 20:35
수정 2015-01-28 03:47
"한·미 연합훈련 왜곡 선전하는 北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 보여주고
이산가족 상봉 등에 적극 호응해야"

제성호 < 중앙대 교수·법학 jhejhe@cau.ac.kr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해 말 제안한 ‘남북 당국간 회담’에 호응하는 듯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제시했다. 이어 지난 10일 조선중앙통신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중지하겠다는 내용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과 핵실험을 연계하려는 것은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우리 내부의 기대감을 이용하는 동시에,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에 대한 미국 내 대북 강경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그간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한반도에서 긴장을 격화시켜 전쟁 위험을 조장한다면서, 이 군사훈련을 중단해야만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는 한국 국민을 오도하려는 그릇된 정치선전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북침 전쟁연습이 아니라 방어적 훈련인 까닭이다. 지난 60여년 동안 한·미 양국이 먼저 북한을 공격한 적이 있었는가.

한·미 연합훈련의 기원과 역사적 과정에 비춰 한반도 긴장 조성의 책임은 북한의 위협적인 도발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한·미 연합훈련의 계기는 북한이 자행한 1968년 1·21 청와대 기습사건과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이었다. 1975년 3월19일 남침용 땅굴 발견, 1976년 8월18일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등 북한의 계속되는 군사도발 대응 차원에서 한·미 연합 팀스피리트(TS) 훈련이 시작됐다.

1991년 말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1992년 TS 훈련이 잠정 중단되기도 했지만, 1993년 북한의 영변 핵시설 사찰 거부로 인해 다시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됐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전쟁 위험을 조장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자신을 겨냥한 핵공격 훈련이므로 ‘자위적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핵실험 및 핵개발은 정당하며, 이의 중단을 위해서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지난 40여년 간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정당한 방어훈련을 수차례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금지된 국제불법행위인 핵실험과 연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은 한·미 동맹의 틀 속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진행되는 양국 간 문제다. 북핵 문제와 연계해 논의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상호 연관성이 없는 한·미 연합훈련과 핵실험을 억지로 연계하려는 북한의 기도는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의심케 한다. 북한의 도발행태?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북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매우 의심스럽다.

한·미 연합훈련은 외부의 무력 도발과 침략으로부터 국가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군사훈련이다. 군대를 보유한 모든 나라가 자위권 차원의 군사훈련을 하고 있으며, 북한도 매년 두 차례(동·하계) 장기간 대규모 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일방적 요구는 상호주의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당국 간 대화 제의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5·24조치 해제,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 중단 등 전제조건을 제시하며 한국 정부에 정책 전환만 강요하고 있다. 이제 북한은 남북관계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당국 간 대화 제의에 조건없이 응해야 한다. 또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왜곡된 선전선동을 중단하고, 남북 분단 이후 70년 가까이 지속돼 온 한반도 긴장상태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데 협조해야 한다. 그 첫 번째 행동은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적극 호응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제성호 < 중앙대 교수·법학 jhejhe@ca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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