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개척자' 제주항공, 초기 설움 딛고 10년 만에 '순항 궤도'

입력 2015-01-26 21:22
수정 2015-01-27 03:45
제주항공 창립 10주년

2020년 매출 1조5000억·亞 60개 노선 목표
애경그룹 주력사업 부상…해외노선 확보 관건


[ 이미아 기자 ] “모두가 포기하라던 회사가 한국 항공업계의 역사를 바꾸고 있습니다. 제주항공은 이제 명실상부한 애경그룹의 얼굴이자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기업입니다.”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은 26일 김포공항 인근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제주항공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안 부회장은 처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함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역사가 가장 긴 제주항공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안 부회장의 부인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큰딸이자 채 부회장의 동생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이다.


안 부회장은 “출범 초기엔 어느 여행사에서도 제주항공을 상대하지 않았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죄 없는 술잔만 앞에 둔 채 고민했다”며 “가까운 지인들조차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사업을 접고 본업(유통·화장품)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는 “10이라는 숫자는 완성의 의미도 있지만,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도 한다”며 “과거 10년이 프런티어의 역사였다면, 앞으로 10년은 도전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엔 안 부회장,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과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에릭 존 보잉코리아 사장 등이 참석했다.

제주항공은 회사 설립 1년6개월 만인 2006년 6월 봄바르디에의 터보프롭 Q400 여객기 한 대로 김포~제주 노선을 하루 5회 운항하며 취항을 시작했다. 초기 투자비용 탓에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현재 제주항공은 보잉 제트여객기 737-800(186~189석) 17대로 국내선 4개와 국제선 20개의 정기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안 부회장은 “한국 항공산업의 역사는 제주항공 설립 전후로 나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며 “제주항공을 향한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고, 견제를 받던 처지에서 대등하게 경쟁하는 지위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이날 새 경영 비전으로 ‘스타트(START) 2020’을 발표했다. 안전(safety)과 팀워크(teamwork), 도전(attempt)과 저비용(reduction), 신뢰(trust) 등 5개 키워드를 기반으로 2020년까지 매출 기준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20개 이상의 노선 연계 상품을 개발해 2020년엔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1500억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제주항공이 지난해 매출 5000억원대, 영업이익 200억원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보유 여객기 및 노선 확대다. 제주항공은 올해 항공기 보유대수를 21대로 늘리고, 국내외 정기노선을 30개로 확장할 방침이다. 또 2018년에는 정기노선망을 50개로 확장하고, 2020년에는 40대의 항공기를 아시아 각국 60여개 노선에 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규남 사장은 “향후 10년은 우리가 취항하는 모든 시장에서 현지인과 소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며 “특히 중국에선 제2의 창업을 하겠다는 각오로 나서겠다”고 전했다. 제주항공은 오는 2월 대구~중국 베이징 노선을 취항한다. LCC로 베이징 노선 취항은 국내에서 제주항공이 처음이다.

제주항공은 여객 운송에만 머물지 않고 호텔, 렌터카 등 연계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 사장은 “타 항공사와 여행사, 호텔과 렌터카 등 다양한 여행 인프라를 바탕으로 최적의 여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경쟁 격화 등을 감안하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비행기 추가 도입과 정비 시스템 확충 등 운영자금 확보가 급선무다. 제주항공의 자본금은 창립 당시 200억원에서 1100억원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자본잠식 법인이다.

아울러 노선 확장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대형항공사 및 타 LCC와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저유가 수혜를 등에 업고 각 항공사 모두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항공이 중점 육성시장으로 꼽은 중국의 경우 항공자유화협정을 맺은 국가가 아니어서 노선 배분 시 대형항공사에 밀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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